NASH 치료제 개발 '성큼'… 국내 제약사 임상 기대 증폭

NASH 치료제 개발 '성큼'… 국내 제약사 임상 기대 증폭

한미약품·동아에스티 등 국내 제약사 5곳 임상 1상·2상 진입
“다른 기전 약물 함께 쓴 항섬유화 치료에 대한 관심도 증가”

기사승인 2023-05-17 06:00:32
쿠키뉴스 자료사진

국내 제약업계가 비알코올성지방간(NASH) 신약 개발에 잇따라 도전하는 가운데, 최근 긍정적 임상 결과를 도출하고 있어 주목된다. NASH는 치료제가 없어 충족되지 못한 수요가 매우 높은 만큼 첫 신약 탄생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NASH는 알코올 섭취나 간염 없이 나타나는 지방간으로, 5% 이상의 간세포에서 중성지방이 침착된 소견을 보인다. 증상이 악화될 경우 간경화, 간부전,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NASH 환자 수는 지난 2017년 28만3038명에서 2021년 40만5950명으로 40% 이상 증가했다. 

환자는 계속 늘지만, 현재 지방간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제는 없다. 치료를 위해 주로 운동과 식이요법 등이 권장된다. 경우에 따라 고용량 비타민 요법이나 당뇨병 치료제가 보완적으로 쓰이는 정도다.

제약사들에게 NASH 치료제 시장은 오는 2029년 36조원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과 동아에스티, HK이노엔 등 NASH 신약 개발에 뛰어든 국내 제약사들이 최근 임상시험 1상, 2상에 진입하며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먼저 한미약품은 랩스트리플 작용제(LAPSTriple Agonist)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의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랩스트리플 작용제는 체내 에너지 대사량을 높이는 ‘글루카곤’, 인슐린 분비와 식욕 억제를 돕는 ‘GLP-1’,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항염증 작용을 하는 ‘GLP’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삼중 작용 바이오 신약이다.

한미약품은 최근 임상 진행 단계에서 환자의 안전과 약물의 효능 등을 검토하는 ‘독립적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IDMC)로부터 글로벌 임상 2상을 계획 변경 없이 지속 진행할 것을 권고 받았다고 밝혔다. 

IDMC는 신약의 안전성과 더불어 현재 임상이 진행 중인 3개 용량 중 유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용량군을 제외하도록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중간 결과에서 ‘계속 진행’을 권고한 것은 모든 용량군에서 효과가 기대 수준을 충족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이번에 신약 개발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다음달 열리는 유럽간학회에서 임상 2상a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아에스티는 미국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를 통해 NASH 신약 후보 물질 ‘DA-1241’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DA-1241은 췌장 수용체를 활성화해 저혈당 위험 없이 식후 혈당을 개선한다. 동아에스티는 DA-1241의 미국 임상 2상을 올해 3분기 안에 개시하고, 내년 하반기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비만과 NASH 치료 약제로 개발 중인 ‘DA-1726’도 올해 하반기 글로벌 임상 1상 진입 계획을 실행한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미개척 질환인 NASH 최초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HK이노엔은 신약 개발사 퓨처메디신으로부터 NASH 신약 후보물질 ‘FM101’을 도입해 공동개발하고 있다. FM101은 간의 섬유화와 염증을 억제하는 기전을 갖는 물질이다. HK이노엔은 지난 2021년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NASH를 대상으로 임상 2상 계획 승인을 받았고, 올해 2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2상 계획을 허가받았다. 이 외에도 유한양행, LG화학, 일동제약 등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거나 시작 단계에 있다. 

다만 기존 임상 3상에 도달했던 글로벌 제약사들이 연달아 유효성 입증에 실패한 사례가 존재하는 만큼, 향후 NASH 신약과 기존 치료제를 병용하는 임상이 추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원묵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현재까지 NASH 임상 3상 연구에서 성공한 약제들로는 FXR 수용체작용제(obeticholic acid), THR-β 수용체작용제(resmetirom)가 있다”면서도 “두 약제 모두 치료 반응률이 30% 내외로 높지 않았고 여러 다른 이슈들로 인해 아직까지 FDA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현재 개발 중인 약제들이 단독 치료로는 효과가 적다보니 여러 다른 기전의 약제들을 같이 사용하는 병합치료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NASH 자체보다는 항섬유화를 타깃으로 하는 약제 개발에 대한 주목도가 커지는 추세”라고 언급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NASH 치료제 시장은 2019년 1억4440만달러(한화 약 1900억원)에서 오는 2029년 272억달러(약 36조원)로 연평균 68.8%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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