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한 삶을 살아가던 도미닉 토레토(빈 디젤)에게 예기치 않은 위협이 들이닥친다. 도미닉 가족과 그 친구들의 평화를 깬 건 새로운 빌런 단테(제이슨 모모아). 과거 겁 없이 내달리던 도미닉은 이제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 싶어 마음 한쪽에서 두려움을 느낀다. 단테는 도미닉의 모든 행복을 부술 작정으로 그의 숨통을 조여온다.
영화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감독 루이스 리터리어, 이하 분노의 질주10)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폭넓게 아우른다. 도미닉과 그의 아내 레티(미셸 로드리게즈), 동생 미아(조다나 브류스터)를 비롯해 한(성강), 로만(파이리스 깁슨), 테즈(루다크리스), 램지(나탈리 엠마뉴엘) 등 ‘도미닉 패밀리’가 이번에도 함께한다. 시리즈 팬이라면 반가워할 만한 인물들도 있다. 이전 편에 등장했던 도미닉 동생 제이콥(존 시나)과 과거 빌런으로 도미닉 무리에 맞섰던 사이퍼(샤를리즈 테론), 데카드 쇼(제이슨 스타뎀)이 돌아왔다. 여기에, 새로운 얼굴로 단테와 테스(브리 라슨)가 합류했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아우른다. 최종편을 선언한 만큼 도미닉 일당의 과거 행적을 두루 살핀다. “차로 맺어진 종교처럼” 모두가 한 집단을 이루는 과정을 설명한다. 미스터 노바디가 이끌던 에이전시는 돌변해 도미닉을 위험에 빠뜨린다. 모든 불협화음의 중심엔 악당 단테가 있다. 그는 과거 원한으로 인해 도미닉을 불행하게 만들고자 혈안이다. 온갖 함정을 파는 건 물론, 차례로 도미닉의 주변인물을 위기로 몰아간다. 그의 끝 모를 복수심이 전개 중심을 이룬다. 단테를 연기한 제이슨 모모아는 압도적인 활약을 보여준다. 차진 연기가 극을 이끈다는 인상을 준다.
이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볼거리가 화려하다. 차량 액션 규모는 이번에도 가히 ‘역대급’이다. 차로 할 수 있는 건 다 한다. 차를 이용해 거대 금고를 훔치는 장면을 시작으로 비행기에서 차를 타고 지상에 뛰어내리는 신, 헬기를 매단 차가 주변 적들을 격퇴하는 모습 등이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든다. 시리즈의 정체성인 길거리 레이스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편 역시 화려한 도심을 질주하고 사막을 내달리며 시가지를 장악해 역주행하는 등 다양한 차량 추격 신이 나온다.
영화가 강조하는 건 가족애다. 혹자는 소중한 이를 약점으로 치부하지만, 지켜야 할 존재는 때때로 사람을 누구보다 강인하게 만든다. 단테는 도미닉에게 “너는 그들을 다 구할 수 없다”고 한다. 도미닉을 못마땅히 여기는 에이전시의 새 수장 역시 “차로 종횡무진하던 자동차의 시대는 끝났다”며 그를 비웃는다. 하지만, 늘 그랬듯 도미닉은 해낸다. “가족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는 지론 하에 도미닉은 여느 때보다 강한 면모를 보인다. 모두를 구하기 위해 내내 애쓰는 그가 만들어내는 여러 반전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그와 친구들을 돕는 의외의 조력자들의 등장 역시 반가운 볼거리다. 10편에 다다르며 쌓인 캐릭터 사이 차진 관계성은 극 곳곳에서 감칠맛을 낸다.
과유불급으로 느낄 만한 지점도 있다. 도미닉과 모두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중반 이후부터 전개 속도가 늘어진다. 여러 인물로 이야기 갈래가 나뉘면서 집중도를 저해한다. 빌런을 부각하기 위해 지나치게 호흡을 늘린 듯한 인상 역시 준다. 끝날 듯 끝나지 않아 지치기도 한다. 다만 뜨거운 안녕을 위해 달려가는 만큼 아쉬운 부분이 큰 결점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분노의 질주10’은 기대를 충족하는 영화다. 자동차만 있다면 뭐든 해내는 도미닉은 이번에도 역시나 믿음직스럽다. 17일 전 세계 최초 개봉. 상영시간 140분. 15세 이상 관람가. 쿠키영상 2개.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