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다공증 평생 질환인데”… ‘1년’짜리 약에 방치되는 환자들

“골다공증 평생 질환인데”… ‘1년’짜리 약에 방치되는 환자들

관리 필요한 골다공증 ‘지속 치료율’ 1년 33%→2년 21%
골밀도검사 점수에 따른 치료제 급여 결정 “고령층 약값 부담”
“골절 예방 위한 평생 관리 필요…최소 3년 급여 보장해야”

기사승인 2023-05-19 06:00:34
사진=류효림 쿠키청년기자

2025년 초고령화 시대가 바짝 다가오고 있지만, 노인들의 일상생활에 대한 건강 지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생활의 ‘기둥’이 되는 뼈에 대한 관리는 고령층에서 신경 써야 할 중요한 요소인데도 불구하고, 제한된 급여로 인해 골다공증 환자들마저 치료를 외면하는 상황이다.

질병관리청의 ‘국내 50대 이후 성인의 골다공증과 골감소증 유병률(2008~2011년)’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골다공증 환자 중 실제 치료를 받는 사람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받는 치료도 단기 치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대한골내사학회가 발표한 ‘골다공증 지속 치료율 분석’ 결과를 보면, 6개월 지속 치료율은 45.5%, 1년 33.2%, 2년은 21.5%로 시간이 흐를수록 비율이 저조하다. 대한당뇨병학회가 밝힌 당뇨병의 10개월 이상 지속 치료율 54%와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최용준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18일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골대사학회 골다공증 정책토론회에서 “골다공증을 방치해 고관절이나 척추가 부러지면 와상 생활이 이어지고 이는 다시 장애와 사망까지 직결된다”며 “보험급여 기준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 치료율도 떨어지고, 국민의 치료 인식도 낮다”고 지적했다.  

이날 정책토론회에서 82세 남성 이모씨는 멀리했던 골다공증 치료로 인해 생사의 기로까지 간 사례를 공유했다. 이씨는 지난 2007년 옷을 갈아입던 중 허리에서 ‘뚝’ 하는 소리가 난 뒤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압박골절과 골다공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권유 받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겨 물리치료만 받았다. 그러다 1년 뒤 비슷한 상황을 겪고 다발성 골절을 입었다. 와상 생활까지 하고나서야 치료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씨는 “가볍게만 여겼는데 두 번째 골절을 당하고서야 평생 누워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며 겁이 덜컥 났다”며 “오랜 치료에 따른 고통을 알게 되니 골다공증이 얼마나 무서운 질환인지, 약물 치료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게 됐다”고 했다. 다만 그는 현재 급여 조건으론 약값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노인들이 가족에게 신세지지 않고,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급여 기준을 적극적으로 개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부담으로 10여년간 골다공증 치료제를 복용해온 90세 여성 문모씨도 지속 치료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공감했다. 문씨는 “가격 부담이 크지만 골절이 되면 큰일 난다는 의사의 말에 오랫동안 약을 복용해왔다. 그 덕인지 90세가 넘어도 대중교통을 타고 다닌다”면서 “2019년 화장실에서 크게 넘어졌는데, 수술만 하면 괜찮다더라. 골다공증이 심하면 수술도 못한다는데 참 다행이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지금도 주변에서 뼈가 부러져 와상 생활을 하는 친구들을 본다”며 “약만 계속 잘 쓰면 되는데 안타깝다. 수술비 지원도 좋지만 수술이 필요 없도록 약을 오래 쓸 수 있게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8일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골대사학회 골다공증 정책토론회에 정부, 의료전문가, 환자가 참여해 골다공증 지속 급여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박선혜 기자 

골밀도 점수 좋아지면 급여 중단… “최소 3년은 약 써야”

현재 골다공증 치료제는 환자의 골밀도검사 점수(T-score)가 -2.5 이하면 최대 1년간 급여를 적용받을 수 있다. 골절 환자는 최대 3년까지 급여가 가능하다. 하지만 해당 기간이 지난 후 점수가 기준보다 0.1만 개선돼도 급여를 적용받을 수 없다. 

영국, 호주, 미국, 일본 등은 투여기간 제한 없이 골다공증 치료를 지속 지원한다. 하용찬 대한골대사학회 이사장은 “고혈압, 당뇨병, 아토피, 이상지질혈증 등 주요 만성질환의 경우 약물 투여기간 제한 없이 치료를 계속 하도록 급여를 적용한다”며 “약물치료 도중 혈압, 혈당 수치가 조절된다고 해서 치료를 중단하지 않는다. 골다공증도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적어도 3개월 이상 치료 지속 급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 이사장은 “노화에 따른 지속적인 골소실에 대응해 치료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현실적 건강보험 상황을 고려한다면 골다공증을 처음 치료할 때 보험 기준에 포함된 경우 최소 3년 이상 급여를 보장해주길 바란다. 환자 중심의 골절 예방이 목표가 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과장은 “최근 신약 급여를 포함해 작년 기준 골다공증 치료제의 건강보험 투입 재정은 3000억원 정도다. 여기서 기준을 늘릴 경우 1000억원 이상 더 소비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정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다만 오 과장은 “급여 지속 기준을 골밀도 점수 -2.0 이하인 경우 1년 단위씩 연장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약 사용이 치료보다 예방 차원에 가깝기 때문에 우선 순위는 조금 밀릴 수 있다. 그럼에도 골절로 인한 사회적 비용,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고려해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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