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식사 후 몸이 나른해지고 졸음이 몰려온다. 업무나 학업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이길 수 없는 피로감이 몰려오는 ‘식곤증’,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박진화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에게 식곤증 예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Q. 식곤증 원인은 무엇인가.
A. 식사를 하면 소화를 위해 위장관으로 가는 혈류가 증가한다. 심장에서 온몸으로 전달하는 혈류량은 동일하기 때문에 위장관으로 가는 양 만큼 뇌로 가는 혈류는 감소하게 된다. 뇌로 가는 혈액, 산소가 부족하다 보니 피로함을 느끼는 식곤증 증상이 나타난다. 이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Q. 식곤증과 만성피로 증상은 어떻게 다른가.
A. 증상으로는 분별이 어렵다. 만성피로는 우울함, 피곤함, 무기력증 등을 동반한다고 알려져 있다. 넓은 의미로 식곤증도 만성피로 증상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정도가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고 판단되면 기저질환이 있을 수 있어 병원에 내원해 진단 받을 필요가 있다.
Q. 식곤증이 다른 질환의 징후라는 이야기도 있다.
A. 당뇨가 대표적이다. 고농도 과일주스 등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음식을 먹었을 때 체내에서는 인슐린이 분비되는데, 당뇨 환자의 경우 혈당이 급격하게 떨어지며 저혈당에 빠질 수 있다. 이때 느끼는 것이 식곤증 증상이다. 갑작스런 체중 감소, 다음(多飮, 물을 많이 마시는 것)·다식(多食, 밥을 많이 먹는 것)·다뇨(多尿, 소변을 자주 보는 것) 등 증상이 나타날 경우 당뇨 진단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우울증도 만성피로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어 내 몸이 피로감을 심하게 느낀다면 기질적 원인을 검사해야 한다.
Q. 식곤증을 줄이기 위한 일상생활 속 관리법은?
A.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아침 식사를 챙겨 먹거나, 점심 전 견과류 등을 먹으면 식사량을 줄일 수 있다.
특히 고탄수화물 식사를 할 경우 식곤증 증상을 더욱 크게 느낄 수 있다. 의식을 깨우고 주의력을 높이는 등의 각성 기능을 가지고 있는 신경전달물질인 ‘오렉신’ 분비를 억제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우유, 바나나 등은 아미노산의 일종인 트립토판이 함유된 식품이다. 트립토판은 멜라토닌과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로 변하는데, 몸을 이완시키고 잠을 오게 하는 성분이다. 트립토판이 적게 함유된 음식을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잠을 깨우는 일환으로 점심 식사를 한 뒤 가벼운 산책을 권장한다.
Q. 점심식사 후 낮잠, 건강에 안 좋을까.
A. 점심 식사 후 바로 눕는 건 위식도 역류질환이나 속쓰림, 식도역류로 인한 불편감을 유발할 수 있어 소화를 시키는 데 악영향을 준다. 오랜 시간 누워서 자는 것보다 의자에 기대 5~10분 정도 잠깐 눈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