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보험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지난 18일 고객에게 알림톡을 보내 민간치료사의 발달지연 치료 비용은 실손보험 지급 대상이 아니고, 앞으로는 치료사 자격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안내했다. 현대해상은 국내 어린이보험 시장 1위 보험사다.
현대해상은 의료기관에도 이같은 내용을 안내했다. 지난 9~10일 발달장애 심리치료 관련 기관에 민간자격증을 취득한 미술·음악·놀이 치료사 등의 치료 행위의 경우, 실손보험금 청구 대상이 아니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사회적 활동을 하지 못해 발달이 지연돼 치료가 필요한 어린이들이 증가 추세다. 이화여대 아동발달센터에서 지난해 7월부터 3개월간 서울 마포구ㆍ서대문구 소재 63개 어린이집에서 만 2세 아이 545명을 대상으로 발달선별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 중 18.34%인 100명에게서 발달 지연이 의심되는 결과가 나왔다. 2019년 국민건강보험의 영유아 검사 대상자 중 정밀평가 필요 결과를 받은 7.4%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문제는 이를 악용, 병·의원들의 과잉진료와 브로커를 동반한 보험사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보험사들의 설명이다.
의료기관에서 치료비를 실손보험에서 보상하지 않는 자폐 진단 F코드가 아닌 일부러 실손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R62 코드(기대되는 정상 생리학적 발달의 결여)로 진단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R62코드 진단을 받은 환자수는 △2018년 5만4295명 △2019년 6만1849명 △2020년 6만2714명 △2021년 8만512명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복수의 보험사에서 이를 문제 삼아 아동 발달지연 치료 의료기관에 대해 민사소송 및 형사고소를 제기하기도 했다.
의료기사법상 의료기사(의사의 지도 아래 진료나 의·화학적 검사에 종사)에 포함되지 않는 민간치료사가 발달지연 아동을 치료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게 보험사 판단이다. 의료기사법상 의료기사는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치과기공사, 치과위생사다. 놀이, 미술, 음악치료 같은 신경발달중재치료는 작업치료사 업무다.
또 현대해상 측은 “사무장병원(법에 정해지지 않은 비의료인이 면허를 가진 의료인을 고용해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수익창출 위하여 불법으로 운영하는 병원) 및 무면허 진료 행위 혐의를 받는 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 보조 자격이 없는 이들이 발달 치료를 시행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이를 인지한 이상 더이상 기존과 같이 치료사에 대한 확인 없이 지급할 수 없다”고도 밝혔다.
반면 의료계는 소아과 의사 계획·지휘 하에 언어재활사, 놀이치료사, 미술심리치료사, 인지치료사가 치료를 실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회당 7만~10만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고스란히 부담할 처지에 놓인 학부모들도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박양동 대한소아청소년행동발달증진학회 이사장은 “컨설팅 업체를 끼고 수익 증진만을 목표로 사무장병원처럼 운영하는 아동발달클리닉이 최근 난립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들 클리닉이 정리가 될 필요는 있다. 정상적인 치료를 받아야 할 아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험사에서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병원에까지 일률적으로 공문을 보내고 소비자들에게 안내하는 것은 일종의 업무방해로도 볼 수 있다”고 반발했다.
또 박 이사장은 “의사 지도하에 놀이치료사가 하는 치료행위는 의료행위로 본다는 법원 판례도 이미 나와있다. 보험사가 이제와서 보험금 지급을 못하겠다는 것은 보험금 청구가 늘어나니 보장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