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일어난 무차별 폭행.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눈치만 볼 때, 거구의 한 남자가 어슬렁어슬렁 나타난다. 눈 깜짝할 새 불량배들을 제압하곤 직장으로 향한 그는 상사에게 당당히 말한다. “경찰이란 게 뭐야, 민중의 몽둥이 아냐?” 민중의 지팡이를 능청맞게 바꿔 말하는 그의 정체는 괴력 형사 마석도(마동석)다.
영화 ‘범죄도시3’(감독 이상용)는 전작과 애써 다른 길을 개척한다. 마석도는 금천서에서 광역수사대로 활동반경을 넓혔다. 마석도는 늘 붙어 다니던 전일만(최귀화)이 아닌 새 직장동료 김만재(김민재)와 험난한 여정을 함께한다. 빌런은 둘로 늘었다. 장첸(윤계상), 강해상(손석구)에 이어 주성철(이준혁), 리키(아오키 무네타카)가 마석도와 맞붙는다. 대규모 마약 거래를 앞둔 이들은 쫓고 쫓기는 자와 숨기고 들춰내는 자로 대결을 펼친다.
기존 설정을 따르려 하지 않으면서도 재미는 더해졌다. ‘범죄도시’ 시리즈 특유의 코미디 감각이 그대로 살아있다. 상황과 대사가 주는 콩트식 코미디가 곳곳에 가득하다. 마석도가 스크린에 가득 잡히기만 해도 객석에서 키득키득 소리가 나올 정도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고맙습니다의 일본식 표현)를 ‘아가리또 고자이마스’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하거나 큰 주먹을 불끈 쥐며 “너 그러다 혼난다”고 으름장을 놓고, 전혀 미안해하지 않는 얼굴로 “미안한데 조금만 더 맞자”고 하는 모습을 볼 때면 웃음이 절로 새나온다. 암묵적으로 통하는 재미요소도 가득하다. 이제는 익숙해진 ‘진실의 방’이 그렇다. 마석도가 CCTV를 물끄러미 올려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진다. 뻔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게 ‘범죄도시3’의 강점이다.
액션은 백미다. ‘범죄도시’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인 마동석의 맨주먹은 이번에도 역시나 강력하다. 상대의 뺨만 쳐도 목이 꺾일 정도다. 효과음을 활용해 타격감을 배가한 게 도드라진다. 주먹으로 퍽퍽 치는 소리가 실감나게 살자 스크린 너머로까지 그 위력이 느껴진다. 속도감 역시 좋다. 자잘한 복싱 동작을 담아낸 역동적인 화면이 눈에 띈다. 마동석의 맨손 타격 액션에 가진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충분하다.
새로운 건 빌런이다. 빌런의 악행을 먼저 보여주고 마석도가 이를 어떻게 제압하는지 담아내는 ‘범죄도시’ 시리즈의 전개방식은 이번에도 동일하다. 여기에, 빌런을 둘로 나누는 변화를 감행했다. 마석도에게 발악하는 두 빌런은 제 역할을 확실히 한다. 본격적인 악당으로 변신한 이준혁은 전면에서 활약을 펼친다. 여타 작품에서 볼 수 없던 모습이 신선한 충격을 준다. 그을린 피부, 날 선 눈빛, 두툼한 몸으로 펼치는 액션이 볼 만하다. 리키 역을 맡은 일본 배우 아오키 무네타카는 장검을 활용해 액션을 펼친다. 중반 이후 등장하는 만큼 분량이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위압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범죄도시3’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상영시간을 1분도 허투루 쓰지 않을 정도로 매 장면이 알차다. 마동석이 선사하는 주먹맛, 말맛에 이준혁이 보여주는 독한 맛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전 편보다 웃을 거리가 뚜렷하다. 마석도가 입을 열 때마다 웃음이 재채기처럼 터져 나온다. 쿠키영상은 1개다. 보는 순간 미소와 함께 다음편을 향한 기대감이 샘솟는다. 31일 개봉. 상영시간 105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