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3’ 마동석 “마석도 답습 않으려 했죠” [쿠키인터뷰]

‘범죄도시3’ 마동석 “마석도 답습 않으려 했죠”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06-01 06:00:57
영화 ‘범죄도시3’로 돌아온 배우 마동석.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이 공진단 좀 드셔보세요. 영화에 나온 그거 맞아요. 제가 먹어봤는데, 아주 좋아요.” 상냥하게 말을 건네는 모습이 익숙한 듯 낯설다. 주먹으로 불량배들을 때려잡던 영화 속 거친 면은 온데간데없다. 큰 덩치, 강렬한 인상에서 예상할 수 없던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니 ‘마블리’라는 별명이 절로 떠오른다. 영화 ‘범죄도시3’(감독 이상용) 제작자이자 주인공 마석도 역으로 돌아온 배우 마동석을 지난 24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마동석은 ‘범죄도시3’을 도전으로 기억한다. 그는 시리즈를 기획하고 제작을 도맡아온 ‘범죄도시’의 아버지다. 1, 2편으로 성공을 거둔 만큼 새 시리즈에선 익숙함과 신선함 사이를 적절히 오가려 했단다. 실제 사건들을 섞어 새 세계관으로 재편하는 게 출발점이었다. 마동석은 “대중이 좋아하던 익숙한 부분을 계속 유지하면 흥미가 떨어지리라 생각했다”면서 “과감히 버려가며 3편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많은 게 바뀌었다. 주 무대를 금천경찰서가 아닌 광역수사대로 옮기고, 빌런을 두 명으로 늘렸다. 마동석은 이를 “전략적인 선택”이라 강조했다.

“몇 편째 마석도를 연기한 만큼 기존 모습을 답습하지 않으려 했어요. 그래서 마석도와 맞붙는 빌런을 어떻게 설정할지가 숙제였죠. 이전처럼 한 명만 둘지 여러 명으로 변주를 줄지 제작진과 논의를 이어갔어요. 고민 끝에 과감하게 시도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래야 색다르니까요. 이준혁과 아오키 무네타카 모두 200% 몫을 해줬어요. 지능적이며 폭력성이 도드라진 악당 주성철(이준혁)과 조용히 숨통을 조이는 암살자 리키(아오키 무네타카)가 마석도와 삼각구도를 잘 이뤘어요. 김민재, 고규필, 전석호 등 새로 합류한 배우들과도 합이 정말 잘 맞았어요.”

‘범죄도시3’ 스틸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변화는 설정에만 그치지 않는다. 마동석은 특기인 복싱을 ‘범죄도시3’의 주력 액션으로 내세웠다. 카메라에 담기 어려워 잘 사용하지 않던 고급 기술까지 유감없이 발휘했다. 어려움도 많았다. “보통 액션도 위험하지만 복싱은 그보다 3~4배는 더 위험하다”는 설명이다. 마동석은 주먹을 휘두르는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매일같이 복싱장을 찾았다. 그는 “전 세계 영화에서도 볼 수 없던 액션까지 넣어봤다”면서 “앞으로도 영화에서 복싱 기술을 더 진화시킬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번 편 역시 액션과 코미디 비중을 적절히 엮어 재미를 더했다. 마동석은 “‘범죄도시’의 근간은 액션영화지만 드라마를 잘 구축하고 사건을 전개해야 액션이 살아난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다이하드’ 시리즈 주인공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을 떠올리며 마석도 캐릭터를 발전시켰다. 절체절명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여유를 그려내고 싶었단다. “이 캐릭터가 할 법한 대사를 써야 관객도 납득하고 웃거든요. 가짜웃음은 원치 않았어요.” 고치고 또 고치며 10여 차례 각색을 거친 끝에 지금의 마석도가 탄생했다.

‘범죄도시3’ 스틸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그를 움직이게 하는 건 영화를 향한 사랑이다. 마동석은 수익의 상당 부분을 영화 시나리오에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구체적인 형태로 발전시킨 시나리오만 80편이 넘는다. ‘범죄도시’ 시리즈와 ‘압꾸정’(감독 임진순), ‘악인전’(감독 이원태) 등 그가 제작하고 출연한 작품 대부분이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처음엔 재미로 시나리오를 만들었어요. 이야기를 개발하며 저와 담당 작가의 정성이 들어가죠. 그때부터는 책임감이 생기는 거예요.” 마동석은 이를 “좋은 스트레스”라고 표현했다. 액션 장면을 연구하다 원형탈모가 왔을 정도지만, 그래도 마냥 즐겁기만 하단다. 현재 마동석은 ‘범죄도시’ 시리즈를 8편까지 확정 짓고 방향성을 골몰하고 있다. “만드는 과정의 즐거움과 관객이 재미있어하는 모습이 영화를 만들게 하는 이유”라고 말을 잇던 그는 “지금처럼 해야 할 몫만 하되 더 욕심내고 싶진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출이나 수상엔 전혀 관심이 없어요. 기획, 제작 같은 프로듀서 영역에서 발을 넓히고 싶을 뿐이에요. 좋은 작가, 감독과 영화를 만드는 게 정말 재미있거든요. 제겐 국내 제작사 외에도 오랜 기간 이끌어온 미국 제작사가 있어요. 앞으로는 그곳에서 가져온 프로젝트를 한국에서 제작해 할리우드 등 세계에 배급하는 영화를 만들려 해요. 실베스터 스탤론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액션 연기를 하는 것 역시 꿈이고요. 미국판 ‘범죄도시’도 제작할 계획입니다.  그럼 앞으로의 시리즈는 어떻게 되냐고요? 의외의 방향으로 펼쳐질 걸요. 어쩌면 외국인 악당이나 여성 빌런이 나올 수도 있어요. 지금껏 그랬듯 ‘범죄도시’는 색다르게 발전할 겁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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