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진(가명·31세)씨는 라섹 수술 이후 인공눈물을 달고 산다. 안구건조증이 이어져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단골 약국에서 1만5천원을 주고 사는 일회용 인공눈물은 한 통에 30개씩 들어있는데 일주일이면 남아나질 않는다. 효과는 짧고 돈은 계속 들어간다. 양씨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심정”이라며 “일회용이든 다회용이든 효과가 지속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안구건조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걸로 아는데, 시중에 보다 효과적인 점안제가 왜 안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안구건조증 환자가 240만명대를 넘어선 가운데, 양씨처럼 효과 좋고 경제적인 점안제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하지만 안구건조증의 원인이 워낙 다양한 탓에 새로운 점안제 개발마저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원인에 따른 치료 외에도 재발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한다.
안구건조증이 있으면 눈이 마르고 뻑뻑해진다. 때로는 눈이 시리고 이물감도 느껴진다. 또 시야가 흐려지거나 찌르는 듯한 통증을 일으키기도 해 일상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이 같은 안구건조증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히알루론산(HA) 제제 인공눈물을 사용하지만, 원인이 많은 만큼 부가적 치료법도 다양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하민지 김안과병원 각막센터 전문의는 “흔히 안구건조증은 단순히 눈물이 잘 나오지 않는 병이라고 알고 있을 텐데, 실제로는 눈꺼풀 상태, 결막 상태, 눈물 분비량, 안구 표면 염증 등이 복합적으로 관여한다”며 “습도, 계절 그리고 환경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 전문의에 따르면, 안구건조증의 원인은 △노화, 류마티스성 관절염, 루푸스, 당뇨병, 비타민A 결핍증 등으로 인한 눈물 분비량 감소 △만성적 염증으로 인한 점액 분비선 이상 △갑상선 질환으로 인한 눈물 증발 및 생성 감소 △여성호르몬 감소 △약물 복용 부작용 △눈꺼풀 염증 △환경 요인 등 여러 갈래로 연결된다.
이 때문에 전문의들은 인공눈물 사용을 ‘증상 호전’을 위한 방편이라고 말한다. 황형빈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교수는 “안구건조증은 염증성 질환으로, 기존에는 히알루론산 제제의 인공눈물을 기본으로 삼고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를 추가로 사용했다”며 “최근에는 염증을 억제하면서 눈 속 수분을 유지하는, 더 넓은 효과의 점안제가 나와 쓰고 있지만 이 역시 모든 원인별 안구건조증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원인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인공눈물만으로 완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가끔 증상이 심하지 않음에도 통증을 호소하거나 호전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안구건조신드롬이라는 일종의 신경통이다. 이럴 경우 별도로 진통제, 자가혈청 제제를 처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주연 명지병원 안과 교수는 “안구건조증은 인공눈물만 쓰는 것이 아니라 원인별 다양한 치료제가 동시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환경, 전신질환, 노화, 호르몬 변화 같은 원인으로 안구건조증이 생겼다면 점안제 하나로 해결할 수 없다”면서 “신약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이러한 다각적 원인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피력했다.
실제로 최근 안구건조증 정복을 위해 여러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해외제약사 노바티스의 경우 ‘자이드라 점안액’을 개발하기 위해 네 차례에 걸쳐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했다. 국내 제약사 한올바이오파마, HLB테라퓨틱스, 휴온스, 유유제약 모두 임상 과정에서 한 차례씩 고배를 마셨다. 효과를 나타내는 1차 평가지표 도달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발 요인이 다양하다보니 특정 지표의 유효성을 입증하는 게 어렵다. 무엇보다 환자에게 주관적인 개선 정도를 물어보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를 바라는 게 쉽지 않은 것”이라며 “증상 개선에 대한 객관적, 주관적 지표 간 차이를 해결하고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려면 거듭된 임상실험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의료 전문가들은 안구건조증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치료도 중요하지만 예방·생활 습관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민지 전문의는 “병원 치료도 필요하지만 생활습관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적절한 습도 유지나 수분 섭취는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며 “책을 많이 보거나,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는 경우에도 눈 깜빡임 횟수가 줄어 안구건조증이 생길 수 있다. 근무 중 짬을 내 눈을 쉬게 해주고, 눈 깜빡임을 의식적으로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연 교수는 “요즘 같은 날씨에서는 선풍기, 에어컨 사용이 잦아지는데, 직접적으로 바람을 쐬면 눈의 수분이 증발돼 굉장히 안 좋다. 또 콘택트렌즈를 사용할 때는 수분을 뺏기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인공눈물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최근 소아 안구건조증 사례도 늘고 있는데, 이는 스마트폰이나 PC 사용을 줄이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또 “약국에서 파는 카르복시메틸셀룰로우스나트륨(CMC) 제제 인공눈물만 쓰기도 하는데, 이는 병원에서 처방하는 인공눈물과 비교했을 때 효과가 엄연히 다르다. 눈 통증·압박감·건조함이 느껴진다면 꼭 병원에 와서 제대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특정 영양 성분 섭취가 안구건조증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황형빈 교수는 “오메가3, 비타민A, 비타민E가 항염증 효과, 항산화 기능이 있어 눈의 건조한 증상과 염증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 안구건조신드롬 환자의 만성 통증을 완화하는 데 비타민D 복용이 도움이 된다”며 “잘 알려진 루테인은 안구건조증에는 효과가 없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