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금융사들은 1조원 어치 가까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지난 1일 후순위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당초 목표금액 2000억원의 약 2.5배 수준의 5020억원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금리는 5.2%다. 기존 신고금액 2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증액해 후순위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교보생명도 지난달 당초 계획 3000억원보다 많은 5000억원 규모, 금리 연 5.8%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다. 이에 앞서 우리은행과 농협금융지주도 각각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4000억씩 발행액을 증액했다.
지난해 11월 흥국생명 콜옵션 이슈에 이어 올해 3월 터졌던 CS 신종자본증권 전액 상각 이슈로 자본성증권에 대한 불안이 높아졌다. 하지만 갑자기 이렇게 시장 분위기가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유는 단순하다. 금리가 높기 때문”이라며 “은행 예금 금리와 채권 금리가 상대적으로 주춤한 상태이기 때문에 자본성증권 매력도가 높다. 보험사, 금융지주 등 조달 수요도 계속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코본드는 만기가 없거나 만기가 통상 30년 이상으로 길어 주식과 채권 성격을 동시에 지닌 하이브리드 채권이다. 영구채 성격이 강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정 때 자본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금융사의 자본 확충 수단으로 활용된다.
코코본드 발행은 그동안 은행과 금융지주에만 허용됐다. 보험사들은 보험업법 개정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조건부 자본증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된다. 보험사들이 새로운 국제 회계기준(IFRS17)으로 강화되는 건전성 규제에 대비해 제도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지난해 보험업법이 개정된 영향이다. 상각형, 보험사 주식 전환형, 금융지주사주식 전환형 3가지 형태로 도입될 예정이다.
보험사는 그동안 자본증권 발행을 늘려왔다. 인플레이션 압력 및 통화정책의 긴축전환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나타난 자본건전성(RBC) 비율 하락을 방어와 동시에 신제도 도입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금융정보통계시스템상 2022년말 기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후순위채권 장부금액은 각각 6.1조원과 5.6조원이다. 신종자본증권 장부금액은 각각 4.1조원과 1.5조원이다. 보험 업권을 통틀어 자본증권(후순위채권,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2020년 이후 크게 늘어났는데, 2년에 걸쳐 약 5.6조원의 장부금액이 증가했다.
보험사의 코코본드 발행 전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은 킥스와 같은 제도적 변화로, 당장 발행량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은 7일 보고서를 내 기본자본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자본증권도 규제기준 상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등 “전반적으로 코코 본드 발행에 대한 규제상 유인이 크지 않다”고 짚었다. 또 은행 대비 신용등급이 열위한 보험사의 코코본드에 대한 투자 저변이 확대될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고 봤다.
나신평은 “향후 코코본드 발행은 각 보험사별로 차별화된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수한 보험포트폴리오 △감독기준 이상의 킥스 비율 시현 △CSM·순이익의 충분한 확보 △대주주 원활한 재무지원 등을 갖춘 보험사는 발행을 늘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자본적정성이나 위험관리능력이 부족한 보험사가 경과조치 기간 동안 유의미한 체질개선을 하지 못한 경우, 킥스 비율 하락폭을 상쇄하기 위해 자본증권 발행량이 점차 늘릴 것이라고 봤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신 회계제도 시행 이후 전반적으로 보험사들의 재정상태가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RBC비율이 낮은 중소형 보험사는 예외”라며 “이렇게 재정건전성이 좋지 않은 보험사일수록 코코본드로 조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코본드는 위험도가 굉장히 높다. 꼭 회사가 부도가 나지 않아도 경영상 위험에 처했다는 지표만으로도 상당한 손실을 볼 수 있다. 일반 투자자에게 너무 무분별하게 판매 하는게 아닌지 우려된다”며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