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인구정책으로서 비혼 출산’을 주제로 주최한 제2회 정기 세미나에서는 전문가들이 모여 이 같은 내용 등을 담은 정책안을 제시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김영철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유연한 가족제도의 도입이 혼인 감소에 대한 적극적인 출산율 방어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며 “OECD 국가들은 신생아 수의 약 40%를 혼외 출생으로 보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비혼 출산율은 2.9%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반면 2020년 OECD 회원국 평균 비혼 출산율은 41.9%에 달했다. 실제로 영국의 경우 1970년대 혼외 출생률은 2~8%정도였지만 비혼 가정을 하나의 가족 형태로 인정하면서 혼외 출생률이 50% 가까이 증가했다.
김 교수는 “외국에서는 동거 가정에서 시작해 혼인 커플로 넘어가는 게 이미 일반적인 생활 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는 혼외 출산을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비혼 인구가 비혼 가정의 형성으로 이어지지 않는 점이 우리나라와 OECD 주요국 간 결정적 차이”라고 말하며 비혼 출산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동반가정 등록제(가칭)’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반가정 등록제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자녀를 출산한 동거인에게 부모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해주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동거인에 대한 △국민의료보험 피부양자 등록 등 가족복지서비스 적용 △병원 수술 동의서 작성 시 법적 배우자로 인정 △각자의 재산을 관리 및 처분할 수 있는 별산제 적용 △부모 합의 하에 자녀 성(姓) 선택 △동거인의 가족과는 친인척 관계 미형성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전문가들은 비혼 가정을 전통적인 가족과 동등하게 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은기수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비혼 출산을 인구정책으로 바라보기 이전에 개인의 자율적 선택으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비혼 출산 가정을 전통적인 출산 및 가족과 동등하게 대우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정비가 필수적이다“라고 주장했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족의 의미는 절대적이지 않으며, 가족은 움직이는 삶의 단위이다”라며 “개인이 선택한 삶에 대해 사회적 낙인을 찍는 현상이 바뀌지 않으면 출산율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저출산 정책 지원 대상을 부모 중심에서 자녀 중심으로 바꿀 때”라며 “아이가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면 부모의 혼인 상태는 정책 설계에 있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국회에서 생활동반자법이 발의되는 등 비혼 동거나 출산과 관련한 논의나 변화의 노력이 있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결혼, 출산, 가족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관이 유연화·현대화되는 것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