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약품 수급 부족 해결책으로 인공지능(AI) 기반 예측 모델 개발을 제시한 가운데, 이를 두고 현장에서는 반응이 뒤섞였다. 다양한 자료를 종합하면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한편, ‘핵심 빠진’ 대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의약 규제혁신 2.0’을 공개하고 AI 기반 예측 모델을 개발해 의약품 수급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AI 예측 모델은 수급 문제가 이어진 의약품 데이터를 분석해 부족분을 사전에 살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말한다.
그 동안 의약품 부족 현황은 바로팜이라는 팜테크 기업이 지역 약국의 의약품 입고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고 공유하는 방식을 통해 파악됐다. 약국이 품절된 의약품을 도매상에 주문할 때 ‘품절 입고 알림’을 신청하는데, 이 과정에서 쌓이는 데이터를 보고 특정 의약품의 수급 상황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시스템은 부족한 의약품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도매상과 약국, 정부가 품절 상황을 빚은 원인을 분석하는 데도 효과적이지 못했다. 정부는 AI 모델이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하고 특정 의약품 품절을 미리 예측한다면, 신속하고 선제적인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봤다.
식약처 의약품정책과 관계자는 “AI 모델은 의약품 수급 문제를 해결할 하나의 축이 될 것”이라며 “올해 개발을 시작해 내년쯤 시범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소식에 제약업계는 다양한 요소가 제대로 반영된다면 의약품 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 기대를 내비쳤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제시된 AI 모델안이 구체적이진 않지만 정부가 유통 현황이나 처방 데이터, 의약품 생산실적, 약가 등 여러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를 다양한 공급 부족 요인에 맞춰 모델을 개발한다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의약품 공급이 어려운 상황은 원료 의약품 수급 문제, 공급 및 유통 문제, 예측하지 못한 판매 증가 및 감소, 의약품 가격 하락 등 많은 요인이 얽혀있다”며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고 적용해 예측 모델을 개발한다면 공급 중단을 사전에 막는 효과적 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당장 부족한 의약품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AI 모델을 만든다는 것은 뜬 구름 잡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 약국가 관계자는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다면 물론 좋겠지만 현재 벌어진 의약품 품절 사태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안도 해법도 없는 상황에서 AI 모델 개발을 내세운 건 어불성설이다”라며 “공급 부족에 대한 데이터들은 이미 쏟아지고 있는데, 정부가 빠른 해법을 내리지 못하고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품절약에 대한 명확한 정의부터 잡아야 한다. 일시적 생산 지연도 품절약으로 볼 건지, 어느 정도 부족해야 품절약인 건지 정해져 있지 않다. 상황에 대한 진단 기준 자체가 없으니 해결책이 안 나오는 것”이라며 “약국에서 환자에게 약을 줄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두고 규정할 필요가 있다. 기준이 세워져야 AI 모니터링 모델이 나올 때 실효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A병원의 한 의사는 “당장 시급한 의약품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규제 과제가 아닌 점이 아쉽다. 핵심이 빠진 대안”이라며 “현재 품절 사태가 일어난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그에 따른 해결책은 어떤 것인지 분명히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라고 피력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