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씨두리안’ 미친 사랑의 노래 [주말극 뭐 볼까]

‘아씨두리안’ 미친 사랑의 노래 [주말극 뭐 볼까]

기사승인 2023-06-26 10:34:49
시어머니를 여자로서 사랑한다고 고백한 장세미(윤해영). TV조선 ‘아씨두리안’ 캡처

시어머니 고희연을 마친 날, 며느리가 고백한다. “어머님 사랑한다고. 며느리가 아닌 여자로서요. 무슨 뜻인지 아시죠?” 무슨 뜻인지는 아는데, 그렇다고 당황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온 가족이 아연실색하지만 며느리는 멈출 생각이 없다. “(시어머니를) 안아드리고 싶어요. 저도 안기고 싶고… 저 앞으로 어머님만 보고 살 거예요… 돌 거 같고, 가슴 터질 것 같고, 어머님한테도 더 못 숨길 거 같고.” 불도저 같은 고백을 받은 시어머니는 말한다. “도대체 이게 뭔 상황이야. 코미디도 아니고?” 그렇다. 이건 코미디가 아니다. 이건 ‘미친 사랑의 노래’(그룹 씨야의 히트곡 제목)다.

‘막장 대모’ 임성한 작가의 새 드라마 TV조선 ‘아씨두리안’이 베일을 벗었다. 제작진은 이 작품을 “기묘하고 아름다운 판타지 멜로드라마”라고 소개했으나, 24·25일 방송된 1·2화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기묘함뿐이었다. 시어머니 백도이(최명길)를 향한 며느리 장세미(윤해영)의 순애보 때문만은 아니다. 드라마 시작 5분 만에 갑자기 시대극으로 전환하는 과감한 전개부터, 시대극 속 인물들이 현대극으로 난입하는 예상 밖 타임워프, 등장인물의 속마음을 자막으로 보여주는 희한한 화면구성까지 어느 것 하나 기존 드라마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주인공 두리안(박주미)은 과거의 인물이다. 남편 사이에 아들 언(유정후)를 뒀지만 실은 돌쇠(김민준)과 남몰래 사랑을 나눈다. 장성한 언은 김소저(이다연)를 아내로 맞아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어느 날 언이 돌연사하고, 슬픔을 이기지 못한 김소저는 절벽 아래 호수로 몸을 던진다. 두리안도 그의 뒤를 따른다. 두 사람이 눈을 뜬 곳은 백도이의 둘째 아들 부부인 단치감(김민준)·이은성(한다감)의 별장. 한기에 정신을 잃은 두리안은 치감을 보고 충격받는다. 자신이 사랑했던 돌쇠와 똑 닮은 단치감 때문이다. 김소저의 남편 언은 백도이의 첫째 손자이자 장세미의 큰아들인 단등명(유정후)을 빼다 박았다. 장세미의 폭탄 발언으로 가뜩이나 뒤숭숭한 백도이의 집안에 또 어떤 폭풍이 휘몰아칠지, 일단 궁금하긴 하다.

아픈 두리안을 위해 의원을 지게에 진 채 달리는 돌쇠(김민준). ‘아씨두리안’ 캡처

볼까

요즘 통 웃을 일이 없다면 ‘아씨두리안’을 틀자. ‘이게 뭐야’와 ‘말도 안 돼’를 읊조리며 드라마를 보다가도,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키득거릴 가능성이 크다. 의외의 웃음 사냥꾼은 배우 김민준이 연기한 돌쇠다. 이마에 끈을 묶은 채 맨몸을 훤히 드러내며 도끼질을 하던 돌쇠가 두리안이 아프다는 소식에 동네 의원을 지게에 지고 오는 장면에선 파안대소가 터져 나온다. 시어머니를 연모하는 며느리라는, 한국 드라마 역사상 가정 파격적인 러브라인의 결말이 궁금한 시청자도 남은 에피소드를 기다려보자.

말까

첫 화를 넘기고 나면 한 수 앞이 내다보이는 게 약점이다. 돌쇠가 두리안의 아들 언을 애틋하게 보는 장면에선 출생의 비밀이 얽혔으리라 능히 연상되고, 시어머니를 사랑한다는 장세미를 보며 “돌아가신 아버지가 큰 형수한테 빙의한 것 아니냐”고 한 단치정(지영산)의 반응도 복선처럼 들린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은 데다 이야기가 시간 순서대로 흐르지 않는 점도 진입장벽을 높이는 요소다. 그 때문일까. 4.2%(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로 출발한 시청률은 2화에서 3.4%로 떨어졌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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