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이달 5일 GA 영업 추진
흥국생명은 설계사 1300여명으로 구성한 HK금융파트너스(GA)를 설립해 오는 5일 본격 영업을 앞두고 있다. GA란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보험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대리점을 말한다. 특정 회사의 보험이 아닌 제휴한 여러 회사 상품을 모두 판매할 수 있어 ‘보험 판매 백화점’으로도 불린다.
흥국생명은 판매 자회사로 옮기는 직원에겐 기존과 같은 급여를 제공하고 일시금으로 12개월분을 퇴직 위로금 명목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도 실시했다. 기존 전속판매채널을 분리해 본사는 보험상품 및 서비스 개발 등 경영 효율화에 집중하고, HK금융파트너스가 상품 판매를 전담해 영업력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설계사를 떼어 자회사형 GA를 출범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사업비 항목 중 인건비, 임차료, 교육훈련비 등 고정비용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자회사형 GA는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팔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수익 저변이 넓다.
정기검사 도중에 GA설립 인가…“부자연스러워”
흥국생명은 3수 끝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자회사형 GA 설립 인가를 받았다. 흥국생명은 지난 2018년 자회사형 GA를 설립하려 했지만 당시 유동성 비율이 보험업법 감독 규정의 기준치에 미달해 금감원 승인을 받지 못했다. 4년 후인 지난해 9월 다시 한번 금감원에 승인을 요청했지만 지난해 11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포기로 인해 채권시장에 끼친 혼란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는 차원이라며 인가 신청을 자진철회했다. 지난 4월 다시 설립 인가를 신청했고 약 2주 만에 금감원은 재무건전성 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며 최종 승인했다.
그러나 금감원 정기검사 진행 기간 중에 설립 승인을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실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지난 4월 지점장 8명과 전속 설계사 11명의 불법 영업행위에 대해 금감원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가입 고객의 보험료를 대신 내주는가 하면, 다른 보험사 고객을 유치해 해당 회사 소속의 설계사 이름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점장이 고객을 유치해 설계사에게 넘긴 뒤 설계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정황도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은 “임직원 및 지점장, 설계사 등의 불법적인 영업행위로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어떤 발표도 하지 않은 채 GA가 설립된 것은 대단히 부자연스럽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소비자 피해 늘어날 수도…자회사 설립 엄격 규제해야”
시민단체도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금융정의연대는 지난달 29일 논평을 내 “정기검사 조사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금감원이 인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금융회사의 부실한 내부통제시스템으로 금융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으려면 자회사 설립 과정은 엄격하게 규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시민단체와 노조는 자회사형GA 설립으로 보험설계사 조직을 떼어내면 불법영업행위를 관리할 수 없을뿐더러,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흥국생명이 책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도 우려한다.
흥국생명 측은 졸속인가 비판에 “자회사형GA 설립은 오랜 기간 준비해온 건”이라며 “재무건전성 등 금융당국의 충분한 검토 하에 진행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다. 서울중앙지검은 흥국생명 모기업인 태광그룹의 이호진 전 회장이 계열사를 동원해 자신이 운영하는 골프장 회원권 매입을 강요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다. 태광그룹 측은 고발 직후 입장문을 내 “이 전 회장은 2012년 그룹 내 모든 직위에서 물러난 이후 현재까지 그룹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으며, 이번 사건 역시 이 전 회장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악의적 제보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한 상태다.
금감원 “현재 파악 중…위반 사례 발견되면 엄중 조치”
금감원은 태광그룹 골프장 강매 의혹 사건과 관련, 위반 사례가 발견될 경우 엄중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질의에 “태광그룹이 협력업체에게 흥국생명을 통해 골프장 회원권을 강매한 의혹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현재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주주와의 거래제한 등 위반 사례가 발견될 경우 보험업법 제111조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엄중 조치하고, 흥국화재도 조치 가능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험업법 제111조는 보험사가 보험회사의 이익에 반해 대주주 개인의 이익을 위한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대주주에게 부동산 등 유·무형의 자산을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정상가격에 비해 뚜렷하게 낮거나 높은 가격으로 매매·교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해당 조항을 위반했을 경우 금융위원회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행위자에게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도 가능하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