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의학원은 신경내분비종양 연구팀(원자력병원 핵의학과 임일한‧이인기, 혈액종양내과 이효락‧강혜진‧장윤정, 국가RI신약센터 이용진‧김희정)이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방사성의약품‘악티늄 도타테이트(Ac-225-DOTATATE)’를 이용한 알파핵종 표적치료 임상시험을 국내 최초로 시행했다고 밝혔다.
신경내분비종양은 호르몬을 생성하는 신경내분비세포에 생기는 암으로 신경세포가 있는 신체 어디에나 발병할 수 있으며, 별다른 증상이 없거나 복통이나 설사와 같은 일반적인 소화기계 증상이 나타나 진단이 어렵고 진행되어 진단되는 경우가 많아 치료제 개발이 필요한 실정이다.
현재 수술, 호르몬치료, 방사선치료 등 기존 치료법이 잘 듣지 않거나 진행된 경우, 루타테라(Lu-177-DOTATATE)와 같은 방사성의약품 치료제가 승인되어 사용되고 있지만, 치료 반응이 없으면 루테타라 보다 치료효과가 개선된 것으로 알려진 악티늄 치료를 고려하는데 악티늄 치료는 국내 임상시험을 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치료목적사용 승인이 이뤄지지 않아 환자들이 해외 원정 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치료목적사용 승인이란 다른 치료 수단이 없거나 생명을 위협받는 중증 환자 치료를 위해 허가받지 않은 의약품에도 치료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해주는 제도이다.
연구팀은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이 간과 뼈에 전이되어 호르몬치료와 루타테라 방사성의약품 치료를 했지만 치료 이후 암이 진행된 환자를 대상으로 방사성의약품‘악티늄 도타테이트(Ac-225-DOTATATE)’를 이용한 알파핵종 표적치료를 하고 치료 경과를 관찰했다.
지난달 8일 악티늄을 정맥 주사 받은 환자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달 5일 신경내분비종양을 진단하는 방사성의약품 갈륨 도타톡(Ga-68 DOTATOC)*을 이용한 양전자방출전산화단층촬영(PET/CT)을 통해 간에서 갈륨 도타톡의 종양 섭취가 감소했고, 신경내분비종양의 진단과 경과를 알아보는 혈중 종양표지자인 뉴런특이에놀라아제가 치료 전 161ng/ml에서 치료 후 64ng/ml로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통상적으로 치료에 반응하는 경우 4회의 치료를 받는데, 이번 환자의 경우 1회의 치료로 치료효과와 안정성을 확인하였고, 추가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갈륨 도타톡(Ga-68 DOTATOC)은 신경내분비종양은 종양세포 표면에 많이 존재하는 소마토스타틴 수용체에 결합하는 소마토스타틴 유사체이다.
신경내분비종양은 종양세포 표면에 신경전달물질인 소마토스타틴 호르몬이 결합할 수 있는 수용체가 많이 존재하며, 악티늄은 소마토스타틴 호르몬 유사체에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가 결합된 방사성의약품 치료제이다.
치료제는 정맥을 통해 주사해 수용체가 많이 발현되어 있는 신경내분비종양 세포에 선택적으로 결합 후 악티늄이 내뿜는 방사선으로표적된 종양세포를 사멸시킨다.
알파선을 방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인 악티늄은 전립선암, 신경내분비종양 등을 치료하는 방사성의약품에 쓰이며, 베타선을 방출하는 루테슘과 같은 방사성동위원소에 비해 높은 에너지로 암세포를 파괴해 우수한 치료효과를 나타내고, 방사선 투과거리가 짧아 정상세포의 손상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임상시험은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고 연구자 임상시험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에 악티늄 방사성의약품을 적용한 국내 첫 임상시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핵의학과 임일한 박사는 “신경내분비종양의 악티늄 치료효과 확인을 계기로 전립선암을 포함한 다른 암에도 적용할 계획”이라며, “난치 암 환자들이 해외로 나가 치료받는 번거로움을 덜고 빨리 치료받아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임상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지원하는‘방사선의학 임상연구(알파 핵종 표적치료)’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한편, 악티늄은 현재 독일 및 러시아에서만 소량 생산되어 고가로 판매되고 있으며, 한국원자력의학원(방사선의학연구소 RI응용부)은 2021년 악티늄(Ac-225) 생산을 위한 원료 물질인 라듐(Ra-226)을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의 방사성동위원소 폐기물 재활용 플랫폼 서비스 프로그램을 통해 확보하고 생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