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내년에 1차 치료제로 급여 확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측된다. 더불어 일각에선 같은 계열의 치료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도 렉라자와 비슷한 시기에 급여 적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렉라자와 타그리소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이하 EGFR) 돌연변이가 있는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세대 표적 치료제다. 3세대 표적 치료제는 기존 1세대, 2세대 치료제를 투여 받다가 해당 약물에 내성이 발생하거나 부작용이 심한 경우 중요한 치료 대안으로 꼽혔다.
렉라자는 지난 6월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차 폐암 치료제로 허가 받아 기존에 치료를 받은 적 없는 환자들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급여 여부가 측정되기 이전에는 환자가 사용할 수 없다. 이런 환자들을 위해 유한양행은 급여 확대 전까지 무상으로 약물을 제공하는 ‘조기 공급 프로그램(EAP)’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유한양행은 급여 확대가 내년쯤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렉라자에 앞서 허가를 받은 또 다른 3세대 표적 치료제로 ‘타그리소’가 있다. 타그리소는 2018년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허가 받은 이후, 4년이 넘도록 급여를 적용 받지 못했다. 그러던 지난 3월 환자들의 지속적인 요청 끝에 급여 첫 관문을 통과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3월22일 ‘2023년 제2차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타그리소의 급여 필요성을 받아 들였다. 이번 암질심 통과에 따라 타그리소는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약가협상 과정이 예정된 상황이다.
임선민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종양내과 교수는 “비소세포폐암 중 EGFR 돌연변이가 있는 폐암은 연간 우리나라에서 약 3000여명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비흡연자, 여성에서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최근 렉라자가 4기 EGFR 돌연변이 환자의 1차 치료로 허가 받았다. 환자들에게는 치료 선택지가 하나 더 늘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특히 렉라자의 경우 전신 및 뇌 전이에 대한 치료 효과가 탁월하고, 반응 지속 기간이 길다는 장점이 재확인된 바 있다”고 말했다.
“약제비 큰 부담”… ‘급여 적용’ 기다림에 속 타는 환자들
타그리소는 렉라자 등장 이전 유일한 3세대 1차 치료제였지만 연간 약 7000만원에서 1억원가량의 치료 비용이 들어 환자 부담이 컸다. 제약사 측의 비급여 약제비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받더라도 월 평균 350만원을 지불해야하는 수준이다. 이에 환자단체는 국민청원, 기자회견, 토론회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급여를 촉구해왔고 4년여 만에 암질심을 통과하면서 급여 통로가 열렸지만 확답은 없는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타그리소와 렉라자 모두 같은 적응증을 가진 1차 치료제로 허가 받았기 때문에 정부가 비슷한 시점에 급여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렉라자는 국산 신약인 만큼 타그리소에 비해 급여가 적용되는 시기가 짧았다. 이번에도 비슷하거나 타그리소가 좀 더 빨리 적용받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두 치료제의 잇따른 급여 소식에 폐암 환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신속한 급여 확대가 이뤄지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2021년부터 폐암 치료를 위해 타그리소를 투여 받고 있는 최미연(가명·73세·여)씨는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의 선택권이 넓어진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라며 “유한양행의 조기 공급 프로그램으로 1차 치료를 지원받을 수 있는 환자의 폭이 넓어져 환우 커뮤니티 등에서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당장 타그리소를 쓰고 있는 환자들이 문제다. 조기 공급 프로그램은 기존에 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만 활용이 가능한데, 이미 타그리소를 쓰고 있는 사람들은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다”며 “타그리소 급여는 아직 답이 없어 환자들은 억대의 치료비를 여전히 부담하고 있다. 렉라자 급여에 앞서 타그리소 급여 적용에 대한 결정을 하루 빨리 내려주길 바라고 있다”고 호소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제2의 타그리소로 렉라자가 등장하면서 1차 치료 선택권이 넓어진 점은 긍정적이다. 관건은 빠른 급여 적용이다. 타그리소를 써왔던 환자들은 약제비 부담으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며 “EGFR 변이로 폐암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을 위해 하루 빨리 급여를 적용해줘야 한다. 또 약이 있어도 못 쓰는 환자들을 위해 급여 기준도 빠르게 개선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