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이 구조화된 곳. 2021년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D.P.’가 고발한 한국 군대의 모습이다. 이곳에선 수직적인 계급구조가 폭력을 부르고, 조직의 특수성이란 말이 진실을 감추는 근거가 된다. 오는 28일 베일을 벗는 ‘D.P.’ 시즌2는 폭력의 뇌관으로 한 발 더 다가간다. 작품 공개를 앞둔 한준희 감독과 배우들을 18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만났다.
“‘뭘 할 수 있는데?’에서 ‘뭔가를 해보자’는 이야기로”
‘D.P.’는 군무 이탈 체포조 안준호(정해인)와 한호열(구교환)이 탈영병을 잡으며 군대 내 부조리를 마주하는 이야기. 시즌1은 부대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던 조석봉(조현철)이 “살아서 책임지라”는 말과 함께 극단 선택하고, 이를 뉴스로 접한 또 다른 폭력 피해자 김루리(문상훈)가 내무반에 총기를 난사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시즌2는 무장한 채 탈영한 김루리와 그를 뒤쫓는 안준호의 이야기로 출발한다. 한 감독은 “시즌1이 ‘뭘 할 수 있는데?’라고 묻는 이야기라면 시즌2는 뭐라도 해보려는 이야기”라고 비교했다. 각자의 정의를 이루려는 인물들의 몸부림은 더 처절해졌다. 한 감독은 “안준호를 비롯한 ‘D.P.’ 등장인물들은 멋있지 않으려고 할 때 멋있어진다”며 “이야기가 끝단으로 갈수록 처절함과 멋있음이 같은 의미로 통한다”고 귀띔했다.
“새로운 얼굴을 찾아보자”
시즌1을 성공으로 이끈 정해인·구교환·김성균·손석구는 시즌2에도 그대로 탑승했다. 여기에 국군본부 법무실장 구자운과 그의 부하 서은 역으로 각각 배우 지진희와 김지현이 합류했다. 지진희는 “감독님이 미팅 때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드러내보자’고 해서 기쁘고 감사했다”고 돌아봤다. 김지현도 “촬영 내내 감독님을 보며 감탄하고 감사했다”고 거들었다. 새로운 얼굴을 찾으려는 노력은 새로운 배우를 발굴하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유튜브에서 뜬 코미디언 문상훈을 비롯해 뮤지컬 배우 배나라, 웨이브 ‘약한 영웅’으로 얼굴을 알린 최현욱 등이 탈영병 역으로 나온다. 한 감독은 “작품에 모든 배우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며 “특히 임지섭(손석구)과 박범구(김성균)는 시즌1 때와 완전히 다른, 극단의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즌1부터 정주행해주세요”
시즌1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고 청룡시리즈어워즈 등 여러 시상식에서 수상도 하면서 배우들은 “기분 좋은 부담감”을 안고 시즌2를 촬영했다고 한다. 정해인은 “촬영하면서 배우·스태프·감독님과 가장 많이 나눈 이야기가 ‘들뜨지 말자’였다”고 회상했다. 구교환은 “긴장하면 몸이 굳는 성격이라 KBS1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나 MBC ‘전원일기’ 같은 장수드라마를 찍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촬영장에 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시즌2가 시즌1에서 곧장 이어지는 만큼 배우들과 한 감독은 “시즌2를 보기 전에 시즌1부터 다시 정주행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한 감독은 “짧고 오락적인 이야기들 속에서 ‘D.P.’ 시리즈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했다”면서 “현실에선 비슷한 일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지만 적어도 원작 웹툰과 우리 드라마를 통해 그런 일들을 계속 기억하고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