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협의와 보상은 해결하기 어려워졌다. 기업은 금액을 문제로 피해조정안을 거부했고 피해단체는 요구사항이 각자 다른 상황이다. 또 총선을 앞두고 있어 국회의원들도 강력한 추진력을 가지기 어려운 시기다.
22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환경보건학회지 ‘가습기 살균제 노출 실태와 피해규모 추산’에서 가습기 살균제 첫 출시인 1994년부터 2011년까지 가습기 살균제 노출 인구는 약 893만8857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건강피해는 95만2149명, 병원진료 78만6619명, 사망 2만366명으로 추산됐다.
17년간 벌어진 이 참극은 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냈다. 오랫동안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정부의 미흡한 대처다. 완벽히 연구가 안 된 물질로 만든 제품을 인증하고 연구 이후에 천식과 폐섬유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음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탓이다.
기업들의 부담은 점차 커지고 있다. 향후 나올 추가 분담금 문제도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했다. 종국성 확보가 안됐다는 이유다. 피해자 단체 20여곳의 요구도 다르다. ‘기업과 피해자 간 조정을 위한 공청회’는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무산됐다.
‘종국성 합의’를 두고 불협화음은 이어지고 있다. 이 합의는 큰 금액으로 납부금을 내고 나머지 부분은 국가에서 보상하는 형태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합의가 이뤄지면 기업들은 협상테이블에 나올 수밖에 없다. 합의하지 않는 기업은 패널티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다만 피해자 중에서는 이를 원치 않는 경우가 있어 불투명한 상태다.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아 가습기 살균제 조정을 이끌어내기 촉박해진 게 그 이유다.
환노위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어렵고 힘든 부분이 있어서 괴롭다”며 “지난 청문회를 직접 제안했지만 피해자끼리 합의가 안됐다. 기업 분담금 문제도 얽혀있어 사안을 세밀히 살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간사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피해자 입장에서 보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특별법에 의한 분담금 추가 징수의 현실적 문제가 발생했다”며 “조정위원회를 통한 일시보상 마무리 방향도 제시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환노위원장을 담당한 박정 의원실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공청회는 아직 미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정 의원실은 “(일정이) 나와 있는 게 없다. 전해철 전 환노위원장이 (공청회를) 못하고 간 것”이라며 “전 환노위원장이 일방적으로 하겠다고 한 것으로 이를 어떻게 할지 조정 중이라 언제 할지 모른다”고 답했다.
전 환노위원장인 전해철 의원실 측은 가습기 살균제 공청회 질문에 대답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전문가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집중할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건이 길어질수록 잊힐 가능성이 높아 정치권에서 이를 환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총선을 앞두고 있어 국회의원들이 강하게 행동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배종찬 정치평론가는 21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총선을 앞두고 몸 사리기라고 봐야 한다. 환노위에서 다루는 내용이 대중적으로 주목받는 내용은 아니다”라며 “현재 국회의원들의 행보는 표심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거를 앞두면 국회의원들이 제 기능을 못 한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민생과 관련된 현안을 상임위원장이나 국회의장 권한으로 집중논의 할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건이 길어질수록 사람들이 잊게 된다. 이를 환기하는 게 정치권의 역할”이라며 “지표와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하는 행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현범⋅윤상호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