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확진자 4만명 웃돌지만 “로드맵 2단계 예정대로”
지난 23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은 브리핑을 통해 다음 달 초 코로나19 위기단계 조정 로드맵 2단계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2단계 조정의 핵심은 2급인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독감(인플루엔자)과 같은 수준인 4급으로 낮추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감염 추이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주간 일평균 확진자 수를 보면, 6월 넷째주 1만7442명 → 7월 첫째주 2만1857명 → 7월 둘째주 2만6708명으로 증가세를 그리고 있다. 감염재생산지수도 3주 연속 1을 넘겼다. 7월 셋째주(18일~22일)에는 하루 4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했다. 올 들어 일일 확진자가 4만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 1월 중순 이후 처음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최근 증가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더 지켜볼 필요는 있지만, 현재 상황이 로드맵 2단계 시행을 연기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전했다. 질병청은 2단계 시행에 앞서 자문위원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상시 검사’·‘항바이러스제 처방’ 가능하도록 정책 보완 필요”
전문가들은 제8차 대유행이 올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치료제 처방률을 높이는 등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피력했다.
지난 6월 발표된 질병청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경구치료제를 복용한 사람은 복용하지 않은 사람보다 중증화 예방 효과가 4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중증 위험도가 높은 60세 이상 확진자 가운데 경구 치료제 ‘팍스로비드’ 복용군은 중증화·사망 예방 효과가 각각 46%, 33%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상엽 KMI 한국의학연구소 수석상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는 올해 초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5~6월을 지나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현 상황으로 보면 여름휴가를 지나 가을철에 이르러 확진자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국내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대부분 풀린 상황이라는 점이다.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이 끝났고 백신 접종도 자율화됐다. 이제는 예방 차원이 아닌 중증화나 사망률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데 정부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치료제 처방률 증가에 더욱 신경 써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마스크 자율화 이전에는 감기 증상이 있으면 코로나19 검사를 우선적으로 시행해 고령층의 조기 진단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나 마스크 착용이 해제된 이후에는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어도 검사하지 않고 중증으로 악화돼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천 교수는 “고령층의 중증화율 상승은 지역사회 감염자가 확산하는 간접적 증거를 반영하므로 활동성이 높은 학생들과 청장년층의 자발적인 검사와 격리가 고위험군을 보호할 수 있는 중요한 예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완전한 엔데믹 전까지는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코로나19 검사가 상시적으로 필요하며 일반 위험군은 증상에 따라 항바이러스제 처방이 가능도록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승인 기다리는 국산 치료제…검토 서둘러 옵션 추가해야”
처방률 향상을 위해 치료제 선택 옵션이 추가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현재 국내에서 처방 가능한 코로나19 치료제는 미국 화이자의 경구치료제 ‘팍스로비드’(성분명 니프마트렐비르·리토나비르)와 미국 머크의 경구치료제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 두 제품이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이들 치료제의 사용량은 올해 1월 팍스로비드 9.6만, 라게브리오 3.8만 → 2월 3.2만, 1.2만 → 3월 2.1만, 1만도즈로 줄었다. 2021년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이후 이달 23일 기준 팍스로비드는 122만, 라게브리오 33만9000도즈를 사용했다. 오는 8월 유효기간 만료를 앞둔 팍스로비드의 경우 34만명, 라케브리오는 10만여명 정도 분량의 재고를 남겨둔 상태다.
특히 팍스로비드는 올해 초 한 차례 유효기간을 늘린 바 있다. 지지부진한 처방에 따라 질병청이 결정한 조치다. 질병청은 잔여 물량을 올해 모두 소진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는 소진 여부를 넘어 떨어지는 사용량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신상엽 수석상임연구위원은 “팍스로비드 처방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병용금지 약물이 많은 탓”이라며 “현재 26개 약물이 병용금지로 명시돼 있어 의사와 약사가 일일이 환자의 약물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팍스로비드는 내년 상반기부터 건강보험으로 전환돼 개인이 부담해 사용해야 한다. 한 팩에 63만원 정도로 정부 재정 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약가 삭감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며 “보험 처리로 인해 행정 업무도 더해지기 때문에 병의원에서는 처방이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모두 해외약물이라 수급 상황이 불안정해지면 의약품 품절 사태가 발생할 수 있고 치명률, 사망률이 오를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코로나19 치료제 처방률을 제고하려면 선택 옵션을 늘려야 한다. 현재 일동제약 등 국산 코로나19 치료제 승인을 기다리는 국내 제약사들이 있는데, 관련 검토를 빠르게 마치고 처방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