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입주를 앞둔 경기양주회천A15블록아파트 지하주차장 기둥이 철근 없이 설계된 사실이 정부 조사로 드러났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15개 단지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됐다.
양주회천A15블록 지하주차장은 보 없이 기둥이 하중을 지지하는 무량판 구조로 설계됐다. 기둥이 슬라브를 견디려면 ‘전단보강근’이라는 철근을 배근해야 하는데, 구조계산이 잘못돼 설계도면에서 제외됐다.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원인도 철근 누락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질책하고 엄정한 사법제재를 예고할 만큼 부실공사는 업계 중대 사안이다.
LH는 지난달 3일부터 보강 작업을 하고 있다. 1일 오후 공개된 현장에선 철판 덧댐 작업이 한창이었다. 지하주차장엔 154개 기둥이 있는데, 이중 주동 기둥(19개)을 뺀 135개 보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철판두께는 12㎜~14㎜, 슬라브를 떠받드는 철판은 20㎜다. 철판이 하중을 기둥으로 분산시킨다. 철판과 기둥은 볼트로 고정시켰다. 철판과 철판은 용접으로 붙였다. 슬라브와 철판 사이 공간은 에폭시로 채웠다. 에폭시는 접착성과 내화학성이 우수한 건설 재료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에폭시를 채우면 콘크리트보다도 강도가 더 세다. 기둥 주위엔 서포트(동바리) 300개를 설치했다. 보강 방법은 구조설계사무소와 학계 등 전문가 자문단을 꾸려서 마련됐다.
LH 관계자는 “구조계산을 다시 했고 기존보다 가중치를 두고 보강을 해 안전하다”며 “전문구조기술사가 검토, 설계했고, 사태 터지고 나서 콘크리트학회 교수 자문을 받아서 철판 두께, 길이 등 시방서를 받아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철근이 누락된 15개 지구 대부분이 이 방법을 적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H와 시공사는 책임소재에 관해 명확히 선을 그었다. 구조란 전문영역이기 때문에 시공을 전담하는 현장이 설계도를 일일이 검토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설계오류를 시공 중간에 인지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현장 관계자는 “발주처가 시공사를 선정해 도면을 완성하면 시공사는 시공만 하는 계약방식이다. 공사수행 단계도 우리는 ‘시공단계’만 해당 한다”며 “무량판 외에 PC등 구조가 여러 가지고 설계도도 각기 다르다. 구조는 전문엔지니어가 설계하고 판단하지 않으면 현장에선 판단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의사면허가 따로 있듯 기술사도 면허가 따로 있다”며 “솔직히 현장에서 설계를 다 검토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현장엔 건축·토목·설비(기계)·안전·총괄 등 공정별 외부감리가 배치됐지만 제 역할을 못했다. 골조공사가 완료된 지난 10월에 투입됐기 때문이다.
LH 관계자도 “현장엔 구조전문가가 아니고 시공전문가가 대부분”이라며 “시공사는 설계대로 공사하고 불편하거나 문제가 있으면 조절하지만 솔직히 구조를 가지고 현장에서 흔들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강을 강화했고 실제로 이상이 생기면 균열이 가고 기울 텐데 현장은 깨끗했다”라며 “공사도 중단 시켰고 보강했고, 하중은 없어서 추가로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LH는 또 “사태가 터지기 전에 본사 인력이 10명이 채 안 됐다. 그런데 1년에 6,7만호를 발주하다보니 세세한 설계를 확인하지 못한 게 아니었나 생각 한다”며 “이번 사태로 인력을 보강했고 본사 차원에서도 전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걸로 안다”고 밝혔다.
보강작업은 70% 마무리됐다. 오는 10일 마무리된다. 작업이 끝나도 외부 안전진단을 받은 후에 남은 토목, 조경공사를 하겠다는 게 LH 방침이다. 공기가 늘어도 입주(2024년 2월)까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공기연장 비용을 설계사무소에 청구할 예정이다. 예상금액은 8억 원 이상이다.
LH 관계자는 “설계사 귀책사유로 추가비용은 구상권을 청구할 것”이라며 “시공사 잘못도 아니고 설계 단계에서 누락된 거라 절차에 맞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