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무분별한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설립을 방지하기 위해 ‘병상 수급 기본 시책’ 추진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건다. 지역별 병상 수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병원 유치 제재를 위해 시군구청장 허가권 통제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오상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3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주최한 ‘병상자원의 적정한 관리방안 마련 및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설립 문제 대응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 같이 입장을 밝혔다.
오 과장은 “수도권 지역 내 신규 의료기관 개설은 재난이 될 수 있다. 정부도 막중한 책임을 갖고 관리 정책에 나서려고 한다”며 “대학병원 분원이 늘어나 병상 수가 급증하고 과잉공급이 예상된다. 우리나라 병원들의 가동률은 72%에 지나지 않는다. 수도권 내 병원이 많으니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 인력 수급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병원은 빨리 지어도 인력 양성은 빨리 할 수가 없다. 또 병상은 한 번 설치하면 고정되지만 의료 인력은 이동한다. 병상이 세워지면 의료 인력은 그쪽으로 쏠린다”면서 “100병상당 간호사 94명이 필요한데, 분원에서 1000명을 뽑는다고 치면 90개의 지방 중소병원이 사라지는 셈이다. 간호사들이 이동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에서만 9개 대학병원이 11개 분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 안산, 하남, 평택, 파주, 남양주, 인천 등 경기권을 중심으로 오는 2028년 6600병상이 새롭게 생겨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국내 병상 수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진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이달 초 발표한 ‘보건통계 2023’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8개로 OECD 가입국 중 가장 많다. OECD 평균인 4.3개의 3배에 달한다. 병상 수 확대로 떨어진 병상가동률을 대체하려니 입원 일수는 길어졌다. 입원환자 1인당 평균 재원일수는 18.5일로 OECD 평균(8.1일)에 비해 열흘이나 길다.
대학병원 분원 설립으로 인해 요양비가 증가하면 건강보험 재정 부담도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이 날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의료비의 OECD 평균치는 2010년 8.7%에서 2019년 8.8%로 유사한데 한국은 5.9%에서 8.2%로 급증했다.
‘종별 요양급여비용 추이’에서도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병·의원의 요양급여 비용은 연평균 7% 증가한 반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요양급여 비용은 10%씩 증가했다. 특히 2017년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시행 이후 요양급여비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상급종합병원의 급여비는 2015년 9조1596원이었으나,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인 2020년에는 15조2140억원으로 66.1% 증가했다.
오상윤 과장은 “2020년 병상 수급 기본 시책을 수립했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시행에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 이제는 강력하게 정책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고자 한다”며 “이번 주 초 진행된 시도공무원 간담회에서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전달했다. 향후 시도에서 지역별 병상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도록 공문을 보내 병상 수급 계획 수립에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시도지사, 시군구청장이 의료기관 유치와 관련한 허가권을 갖고 있는데, 이에 대한 통제 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의료법 개정을 통해 개설 절차를 엄격히 하고자 한다”면서 “단순히 병상 총량을 통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필수의료 확충과 연계해 병원이 어떤 구성과 기능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질적인 부분까지 관리하도록 하겠다”고 피력했다.
오 과장은 현재 설립 중인 분원들에 대해 “대학병원들마다 분원 설립 진행 상황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지자체와 논의해 설립 속도를 늦추거나 병상을 단계적으로 개방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병상 확대에 대한 사전 심의 절차 등 행정적 절차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