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시선]세계적 망신거리 된 ‘새만금 잼버리’

[편집자시선]세계적 망신거리 된 ‘새만금 잼버리’

스카우트 주축국인 영국과 미국 조기 철수 ‘반쪽 행사’ 전락
한여름 폭염·해충 심각성 알고도 대처 못한 조직위 ‘생존 체험’ 자초
6년간 투입 예산 3천억원 어디에 쓰고 무슨 준비 했나 밝혀야

기사승인 2023-08-07 09:00:11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 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세계 청소년들의 최대 축제인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잼버리’가 끝내 파행 국면을 맞았다. 개막 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우려가 결국 현실로 나타나면서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이 철수한데 이어 미국도 조기 철수를 결정해 반쪽 행사로 전락했다. 루 폴슨(Lou Paulsen) 미국 스카우트 운영위원장은“날씨 때문에 떠난다”고 밝혔다.  

참가국 중 가장 많은 4500여명을 파견한 영국은 성명을 내고 청소년 대원과 자원봉사자가 새만금 잼버리 현장을 떠나 서울에 있는 호텔로 이동했다. 이어 잼버리 대원들 1500여명 역시 야영장을 떠나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로 옮겼다. 12일 폐막까지 일부 다른 국가들도 이탈을 선언하는 사태가 발생될지 우려가 따른다.
 
새만금 잼버리는 폭염과 해충에 따른 각종 질환자로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 온열질환자와 뜨거운 햇볕으로 인한 화상 환자, 벌레 물림, 피부 발진 등에 이어 더욱 심각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누적 확진자가 총 92명 발생해 치료중이며, 이 가운데 내국인 10명은 귀가 조치됐다.

또 화장실과 샤워실, 탈의실 수가 모자란 데다 일부 시설은 천으로만 살짝 가려놓은 수준이고 식사로 지급된 달걀에 곰팡이가 피는 등 음식 재료가 신선하지 않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비위생적이고 양도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왔다. 행사장 편의점에서는 시중보다 비싼 가격에 바가지를 씌우다 비판이 나오자 가격을 인하했다.  

예견된 사고에도 조직위의 준비상황은 안일하기 짝이 없다. 5만여명에 이르는 참가 인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50개 병상으로 대회를 시작했고 내놓은 폭염 대책도 덩굴 터널과 그늘막, 급수대 등 수분공급 시설에 불과했다. 장마와 폭염이 겹치는 시기에 잼버리 대회가 열리고 새만금 야영장 주변에는 나무 그늘 하나 없고 배수, 위생, 의료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춰놓지 않았다. 

잼버리 조직위는 8년 전 2015년 7월 일본 야마구치현에서 열린 제23회 세계잼버리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간척지 키라라하마에서 개최된 일본 세계잼버리에서도 40도에 육박하는 기온과 80%를 넘는 습도로 열사병, 탈수, 화상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이 발생했다. 당시 일본 잼버리를 참관하고 온 송하진 전 지사는 공개석상에서 폭염과 해충에 대한 대비를 강조하기도 했다.  

우수한 한국 문화와 자연환경, 새만금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겠다며 유치한 새만금잼버리는 이제 세계적인 망신거리가 됐다. 


외국의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들이 SNS를 통해 현장의 열악한 상황을 알리면서 잼버리는 글로벌 이슈로 비화했다. 

영국 BBC 방송은 온열질환자 발생 소식과 참가 대원 부모 인터뷰를 보도하며 열악한 환경을 지적했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잼버리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제보 코너를 개설했으며 로이터통신과 AP통신은 안전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국내 정치권의 책임공방도 부끄럽다. 더불어민주당은 잼버리 온열 환자 발생과 운영 미숙을 비판하며 "윤석열 정부가 손대는 일마다 최악의 상황에 빠진다"고 비판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꿈과 희망 속에서 펼쳐져야 할 잼버리대회가 악몽과 사고로 점철될 동안 윤석열 정부는 무엇을 했나"며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문재인 정부와 소속당 전현직 전북지사의 무책임한 작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후안무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역공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사실 새만금 잼버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수석비서관급 회의에서 직접 챙길 만큼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행사였다”면서 “송하진 전 전북지사는 잼버리 유치와 관련 예산 증액을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웠다”고 지적했다.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 5명 중 1명인 민주당 김윤덕 의원은 유치 때부터 직접 관여했고 2020년 7월 임명된 이래 지금도 책임을 맡고 있다. 또, 2016년 타당성 조사에서 배수와 폭염 문제가 지적되자 나무를 심겠다고 했으나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

  
새만금 관련 예산은 당초 491억원에서 938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액됐고, 야영지를 만드는 공사비로는 2천억원이 소요됐다. 지난 6년간 투입된 예산이 3천억원에 이르는데 도대체 어디에 쓰고 무슨 준비를 했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온다. 행사를 마치고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조직위는 총체적 난국에도 ‘스카우트 정신’만을 강조하고 있다. 미래의 꿈과 모험정신을 길러야 할 잼버리가 ‘생존 체험’이 됐다. 매년 뜨거워지는 기후 변화를 대비하여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했더라면 이 정도까지 상황이 심각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남은 기간 모두 안전하게 잘 마무리하고 ‘새만금 치욕’에 대해 따질 것은 분명히 따지고 책임질 일은 책임져야 할 것이다.
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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