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LT-2억제제’ 계열의 서로 다른 당뇨약을 사용한 환자의 예후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국내 대규모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치료약에 따라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최대 24%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김형관·이희선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최유정 고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 공동 연구팀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SGLT2-억제제인 다파글리플로진과 엠파글리플로진을 사용한 당뇨 환자 14만여명의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효과를 비교해 이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16일 발표했다.
SGLT-2억제제는 콩팥에서 포도당 재흡수를 유도하는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SGLT-2)’를 억제함으로써 포도당이 소변을 통해 배출되게 만들어 혈당을 낮춘다. 당뇨약 중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최초로 보고돼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SGLT-2억제제의 심혈관질환 감소 효과 연구는 그동안 주로 심근경색, 뇌졸중 등 중증 합병증을 동반 환자나 서양인을 대상으로 이뤄져 경증 동양인 환자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카나글리플로진, 다파글리플로진, 엠파글리플로진 등 SGLT-2억제제 계열 약제 간 효능 비교도 부족했다.
연구팀은 이를 분석하기 위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SGLT-2억제제를 처음 처방받은 국내 경증 당뇨 환자 14만여 명을 사용한 약제에 따라 다파글리플로진과 엠파글리플로진 그룹으로 구분하고, 다른 요인이 심혈관질환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교정하기 위해 1:1 성향점수 매칭을 시행했다.
그 결과, 다파글리플로진 그룹은 엠파글리플로진 그룹에 비해 심부전 발생 위험이 16%,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발생 위험은 24% 낮았다.
이 차이는 두 약제가 각각 유도하는 신경호르몬 반응이 서로 다르고, 특히 다파글리플로진의 SGLT-2 친화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추정이다.
뇌졸중 및 심근경색 발생 위험은 두 그룹에서 차이가 없었다. 4가지 질환의 종합적 위험도는 다파글리플로진 그룹이 엠파글리플로진 그룹보다 약간 낮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었다.
부작용 발생 여부로 평가한 약물 안전성도 동일했다. 즉 심혈관질환 발생에 종합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두 약제가 동일하므로, 연구 결과를 주의해서 해석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김형관 교수는 “심혈관질환을 줄이는 두 종류의 SGLT-2 억제제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당뇨병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도 우선적으로 권고되는 우수한 약제”라며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미는 그동안의 SGLT-2 억제제 연구에서 비교적 적게 다뤄졌던 동양인이나 심혈관질환 위험이 낮은 경증 환자의 임상 데이터를 대규모로 분석했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