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이용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지난달 31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계도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약 배송 없는’ ‘재진 중심’의 서비스가 공식화됐기 때문이다. 서비스의 핵심인 편의성이 축소되자 이용률이 하락하는 상황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계도기간이 종료된 이후 다수의 플랫폼사가 서비스를 전환하거나 종료했다. 30여 곳이 넘던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하나둘 사업을 재검토했고 나만의닥터, 썰즈, 파악, 체킷, 바로필, 메듭을 비롯한 14곳이 사업을 접었다. 닥터나우와 올라케어는 서비스를 축소해 운영한다.
이용률 급감이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비대면진료 요청 건수는 지난 5월 일평균 5000여건에서 6월 4100건, 7월 3600건, 8월 3500건으로 감소세를 그리고 있다. 플랫폼 중 올라케어의 경우 서비스 이용 비중이 2022년 11월 87%에서 올해 8월 21%까지 뚝 떨어졌다.
38세 회사원 이효진씨는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이용하려 했다가 제한이 많아 병원을 방문했다”며 “플랫폼을 통해 비대면진료가 가능한 대상자인지 확인할 바엔 그냥 병원에 가서 직접 진료를 받는 게 빠르다”고 한숨 쉬었다. 서비스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22세 이규호씨는 “약 배송이 가능할 땐 자주 이용했는데 이제 안 된다고 들었다”며 “어차피 약 받으러 나가야 한다면 비대면진료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의료기관도 비대면진료를 소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의료기관이 환자들의 비대면진료 요청을 일방적으로 거부한 사례가 8월 한 달 간 60%까지 급증했다고 협의회는 전했다.
서울의 한 이비인후과의원 원장은 “이용하기 쉬워서 주목받았던 서비스가 접근부터 어려워지니 환자도 병원도 관심이 덜할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유행 시기를 거친 뒤에도 많은 사람들이 대면진료를 찾고 있다.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유지하려면 편리성을 획기적으로 되찾는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언급했다.
업계에선 서비스를 이끈 핵심 요소들이 묶이면서 동력이 실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 관계자 A씨는 “약 배송 서비스의 부재는 직격타가 됐다. 비대면진료의 취지인 의료 접근성 개선을 가로막았다”면서 “이는 업계는 물론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제공에 있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이해당사자 간 합의 도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법제화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선 개별 기업의 생존 전략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원격의료산업협회 관계자 B씨는 “범위는 축소되고 제재나 처분이 강화되면 국민의 관심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대로라면 업체들이 시장을 이탈하면서 3년간 조성한 플랫폼 생태계가 붕괴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B씨는 “현 시범사업은 지나치게 제한적이며 공급자와 이용자 사이에서 장벽을 높이는 결과만 낳고 있다”며 “환자의 선택권과 의사의 재량권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비대면진료 법제화와 관련해 지난달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데 실패하고 법안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비대면진료 법안은 오는 20일 제1법안소위에서 추가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시범사업은 아직 시행 초기로, 충분한 데이터와 경험을 쌓으면서 평가해 나갈 계획”이라며 “의료 접근성 제고 등 국민건강 증진이 가능하도록 자문단, 공청회 등을 통해 현장 의견을 수렴해 보완·발전시켜 나가겠다. 의료법 개정을 위해서도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