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육군사관학교(육사)가 선조들에 수여한 명예졸업증을 반납했다. 홍범도 장군 등 독립운동가 5인 흉상을 철거·이전하기로 한 데 항의하는 뜻에서다.
독립운동가 윤기섭·이상룡 선생과 지청천 장군의 후손들은 15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사 정문 앞에서 “육사는 조국을 되찾고 겨레를 살리기 위해 몸과 생명을 바쳤던 신흥무관학교 출신 독립투사의 숭고한 호국 정신을 계승할 자격이 없기에 수치스러운 명예졸업증을 되돌려준다”고 밝히고 바닥에 명예졸업증을 내려놨다.
지정천 장군 외손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은 “육사의 이번 처사는 대한민국 헌법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자 육사의 역사에서 독립운동을 지워버리겠다는 단절 선언”이라며 “이 졸업 증서도 의미가 없게 됐다. 휴지 조각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명예졸업증을 받은 2018년만 하더라도 ‘잘못된 역사가 바로잡히는구나’ 싶어 굉장히 뿌듯했는데 5년 만에 뒤집히는 걸 보면서 자괴감이 들었다”며 “목숨까지 바쳐가며 자주독립을 위해 헌신하셨던 분들의 삶이 이렇게 모욕이 대상이 돼도 되나 싶었다. 독립운동가 후손으로서 아주 끝없는 모멸감을 느낀다”고 했다.
윤기섭 선생 외손 정철승 변호사 겸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조직위원장은 “조국의 광복을 위해 싸우셨던 독립운동가분들이 일제강점기 때보다 더 험한 모욕을 당하고 계시는 것이 가슴 아프고 견딜 수 없었다”고 반납 이유를 밝혔다.
육사는 지난달 31일 홍범도 장군 흉상을 교정 외부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국방부는 흉상 이전과 관련한 입장문을 배포해 홍범도 장군의 자유시 참변 연관 의혹과 1927년 소련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등을 문제삼고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 설치해 기념하는 것은 육사의 정체성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앞서 육사는 지난 2018년 3월 졸업생 소위 임관식에서 이들 3명을 비롯, 독립운동가 17명 후손을 초청해 명예졸업증을 수여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