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오늘부터 의무화…의료계·환자단체 모두 불만

‘수술실 CCTV’ 오늘부터 의무화…의료계·환자단체 모두 불만

기사승인 2023-09-25 06:57:25
쿠키뉴스 자료사진

25일부터 의료기관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시행된다. 의료계와 환자단체 모두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한동안 혼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개정 의료법 시행으로 이날부터 전신마취, 수면마취 등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경우,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고 환자나 보호자가 원하는 경우 수술 장면을 촬영해야 한다. 또 촬영 영상을 30일 이상 보관해야 한다.

수술실 CCTV 가이드라인을 보면 응급 수술을 시행하거나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수술 경우, 전공의 수련을 저해할 경우 등은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외에 정당한 이유 없이 촬영을 거부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CCTV 의무화는 지난 2021년 9월 의료법 개정에 따른 조치다. 개정안은 지난 2016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 윤곽 수술을 받던 중 과다출혈 등으로 사망한 고 권대희 씨 사고를 계기로 2년 전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권씨를 수술했던 성형외과 원장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환자단체는 CCTV 영상 보관기간이 30일로 짧아 의료 사고 진실 규명에 한계가 있는 등 환자 권리가 보호받기 어렵다고 비판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환자가 사망한 경우 장례를 치르는 기간, 의료행위의 은밀성·전문성으로 인해 환자나 보호자가 의료사고 여부를 판단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분쟁 조정신청 절차에서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이 승낙을 결정하는 14일 동안 환자는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촬영일로부터 90일 이상으로 하거나 적어도 영유아보육법상 어린이집 CCTV 보관 기간인 60일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의료계는 보건의료인의 인격권, 직업 수행의 자유 침해 등을 이유로 CCTV 설치 의무화에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5일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개정 의료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의협 등은 입장문을 내고 “수술실 CCTV 설치를 법으로 의무화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며 “의사의 원활한 진료행위가 위축돼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CCTV 설치 의무화가 외과의사 기피 현상을 초래하고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할 것”이라며 “환자들의 민감한 정보가 녹화돼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되고 해킹범죄에 의해 수술받는 환자의 신체 모습 등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료현장에서는 처음 도입되는 제도로, 시행 초기에 환자도 의료진도 제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정부가 시행 과정에서 현장과의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시행에 만전을 기하고, 환자와 의료진 간 신뢰를 형성하여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에 도움이 되도록 지속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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