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이 제약사업부 매각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힌 가운데, 파이프라인·위탁생산 사업에서도 손을 떼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SK케미칼 측은 “결정된 바 없다”며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최근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쿼티(PE)와 제약사업부 양도 거래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매각 규모는 6000억원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이번 MOU의 배경을 두고 ‘그린케미칼’ 사업에 집중 투자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SK케미컬은 지난해 11월 가진 온라인 기업설명회를 통해 그린케미칼 사업을 강화한 경영전략을 내보이기도 했다.
당시 설명회에서 전광현 SK케미칼 사장은 “코폴리에스터 생산능력 확대와 화학적 재활용 해외 인프라 구축, 신규 바이오 소재 개발 등에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2024년 가동을 목표로 코폴리에스터의 핵심 원료 생산능력을 2030년까지 50% 이상 늘릴 계획“이라고 공표한 바 있다. 이날 제약바이오에 관한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
제약사업부의 미진한 실적도 매각 추진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SK케미칼의 제약사업부는 연간 평균 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을 9000억원까지 끌어올린 그린메디칼 사업부와 대조된다.
SK케미칼의 제약 매출은 2022년 3분기 795억원, 4분기 799억원, 올해 1분기 892억원, 2분기 863억원으로 소폭 상승을 이어갔지만, 영업이익은 2022년 3분기 101억원에서 올해 1분기 70억원, 2분기 50억원으로 줄었다. SK케미칼은 “원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면서 “일부는 약가 인하 영향으로 이익 규모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그린케미칼 사업 매출은 2022년 3분기 2073억원에서 올해 2분기 2116억원까지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256억원을 거쳐 올해 2분기 308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을 이끈 핵심 제품은 친환경 소재 코폴리에스터다. SK케미칼은 해당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40%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했다. 미국 기업에 이어 두 번째 자리를 꿰찼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SK케미칼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확대에 초점을 두고 사업을 늘려가고 있다”며 “이번 매각 추진도 그 일환일 확률이 높다”라며 “사모펀드에 매각되면 다른 법인으로 출자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SK케미칼은 지난 21일 해명 공시를 내고 “제약사업부의 매각 등을 검토 중”이라며 “당사자 간 조건들을 협의하고 있는 단계로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 추후 관련 사항이 확정되는 시점에 재공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파이프라인과 위탁생산 사업의 향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이며 당장 전할 수 있는 사안은 없다”며 “의약품 판매를 비롯해 기존 다국적 제약사와 계약한 위탁생산 사업은 정상적으로 이어가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SK케미칼은 1999년 대한민국 1호 신약이자 항암제인 ‘선플라주’를 필두로 제약사로서 이름을 알렸다. 이어 천연물 관절염 치료제 ‘조인스’, 혈액순환 개선제 ‘기넥신에프’, 패취형 관절염 치료제 ‘트라스트’ 등을 잇따라 선보였다. 제약 부문을 포함한 라이프 사이언스 사업부에는 2022년 기준 686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최근엔 위탁생산 사업에서도 성과를 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당뇨복합제 시다프비아의 위탁생산 공급계약을 맺은 바 있다. 계약 기간은 오는 2029년 12월31일까지다.
한편, SK케미칼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글랜우드 PE는 최근 LG화학 진단사업부 인수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이를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인비트로스를 설립했다. 이번 SK케미칼 인수 논의 외에도 친환경 폴리우레탄을 만드는 SK피유코어와도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