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 땐 기술·가정을 왜 배우나 생각했는데, 그때 배운 바느질로 여태까지 단추도 달고 양말도 꿰매고 있어요” (직장인 임지영(31)씨)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기술·가정 과목 예찬이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살다 보니 국·영·수보다 더 도움 되는 과목”, “인생 살다 보면 매일 찾는 내용들”, “실생활 밀착, 인생 수업이었다” 등 청년들은 뒤늦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다.
기술·가정은 중학교 필수 교과 과정 중 하나로, 가정과 기술 지식을 습득해 개인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도록 돕는 과목이다. 합리적인 수납 요령, 식재료 보관법부터 세탁 라벨 읽는 법, 생리주기 계산법, 자동차 부품 명칭 등 실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실용적인 내용을 다룬다. 현재 중학교 교육과정 필수과목이고,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선 일반선택과목에 속한다.
기술·가정을 배우는 학생들이 체감하는 중요도는 낮은 편이다. 진학에 필요한 주요 교과(국·영·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기 이천시 한 중학교에서 기술·가정 교과를 가르치는 이모(33)교사는 “기술·가정 시험문제를 어렵게 내면 학생들이 싫어한다”라며 “중요 교과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사는 “학생들은 2차시(1차시 45분) 연달아 실습해야 하는 가정 수업을 공부 안 한다는 이유로 좋아한다”고 전했다.
학교에서 벗어나 사회인이 되면 기술·가정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한다. 임지영(31)씨는 학창 시절 기술·가정에서 배운 것들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치마 밑단 수선, 가구 조립, 잡채 만들기, 세탁 라벨 보는 법, 전등 교체 등 혼자 살면서 필요한 소소한 집안일을 스스로 다 해낸다. 임 씨는 “기술·가정 수행평가로 바느질도 하고 시험도 봐서 힘들었지만, 이제와서 생각해 보니 안 배웠으면 큰일 날 뻔했다”며 말했다. 직장인 신모(31)씨는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때 기술·가정 시간에 배운 식기 사용 방법을 잘 활용했다”며 “학생 때 열심히 공부한 보람이 있다. 이렇게 유용하게 쓸 줄 몰랐다”고 전했다.
일부 학교에선 여학생들은 가정, 남학생들은 기술만 가르쳐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여고를 다닐 당시 가정 수업만 들었다는 오진솔(24·대학생)씨는 “살면서 다 필요한 지식인데 성별에 따라 다른 걸 배우는 게 그때도,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며 “자동차 구조, 엔진 작동 원리 등을 알고 있으면 나중에 차를 살 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부모 가정, 소년소녀가장 등 집에서 가정 및 기술 지식을 배울 수 없는 학생에게도 중요한 과목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기술·가정은 가정에서 배울 수 없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교육을 통해 어른으로 독립할 수 있는 발돋움이 되는 교과”란 댓글도 달렸다.
교육 현장에서도 교사들은 학생들이 기술·가정을 잘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현직 기술·가정 교사 이씨는 “남자가 왜 손바느질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다”며 “군대에 가면 훈련소에서 이름표 꿸 때 선생님께 고맙다고 할 거라고 말하며 가르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가정은 유용한 정보를 배우는 시간”이라며 “학생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가정 시간표 배정 및 지원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