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선생님, 저 위험한 사람이에요?” 편견에 숨는 조현병 환자

“의사선생님, 저 위험한 사람이에요?” 편견에 숨는 조현병 환자

범죄자 중 정신장애 0.7% 불과… 범죄 원인, 정신질환 단정 어려워
“젊은 정신장애인들, 차별적 시선에 치료 기피 경향 심화”
의료계-법무부, 외래치료지원제도 활성화 검토

기사승인 2023-10-10 06:00:08
연합뉴스

“선생님, 제가 그렇게 위험한 사람인가요?”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한 조현병 환자에게 최근 이같은 물음을 들었다고 밝혔다. 최근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무차별 범죄의 피의자들이 정신질환을 앓았거나 관련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강해지는 분위기다.

정신건강의 날인 10일, 경찰 조사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의 차량 충돌 및 칼부림 사건의 범인 최원종(22)과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를 흉기로 찌른 20대 남성은 ‘조현성 인격장애’(조현병)와 우울증 진단을 받았으나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범죄와 정신질환은 연관이 있을까. 경찰청의 경찰통계연보를 보면, 지난 2021년 정신장애 범죄자는 8850명으로 전체 범죄자의 0.7% 수준이다. 강력범죄로 좁혀도 전체 강력범죄자의 2.4%(545명)에 불과했다.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사회 회장은 “통계에도 나타나듯 조현병과 범죄를 연관 짓긴 힘들다. 성격적인 문제나 공격성의 다른 요인은 없는지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며 “특히 조현병 환자가 치료를 중단할 경우 폭력적인 성향이 커진다는 것 역시 편견이다. 사람마다 다르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으로, 환자들이 치료를 꺼리게 되는 점이다. 정신장애를 겪는 당사자들이 중심이 돼 설립한 공동체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의 박환갑 사무국장은 “10년 넘게 투병한 (정신장애) 당사자들은 늘 편견이나 차별 속에 서있다 보니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고 운을 뗐다.

다만 정신질환을 앓는 20·30대는 큰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다. 그는 “젊은 당사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면서 “이런 사건이 터지면 치료를 받거나 외부와 소통해야 하는데, 치료를 기피하고 고립되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말했다.

권준수 교수도 “‘정신질환자들은 문제를 일으킨다’, ‘중범죄를 저지른다’며 낙인을 찍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환자들이 ‘병원에 가면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정신장애에 대한 인식 제고와 함께 그간 사각지대에 있던 환자들의 치료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학계에선 그 대안으로 외래치료지원제도 활성화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외래치료지원제도는 자신 또는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해 입원하거나 치료를 받았던 환자가 치료를 중단했을 경우 다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기관이 지방자치단체에 지원을 요청하는 제도다. 지난 2020년 도입됐지만,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거나 거부해도 이를 제재할 방안이 없어 제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회장은 “정신질환 관련 다양한 학회가 법무부와 함께 대책을 검토 중”이라며 “우선 외래치료지원제도를 이용해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거나 거부할 경우 평가를 통해 외래치료를 의무화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공유했다”고 말했다. 

권 교수도 “현재는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는지, 중단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가 없다”면서 “외래치료지원제도를 활성화해 치료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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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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