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고등학생 세미(박혜수)에겐 고민이 있다. 단짝 하은(김시은)의 모든 것을 알고 싶지만 하은은 늘 잡힐 듯 잡히지 않아 세미를 고뇌에 빠뜨린다. 하은과 가장 가까운 사이이고 싶은 세미는 언제나 조바심이 가득하다. 미묘한 선 위를 걸으며 두 소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세미와 하은은 같은 마음인 걸까?
영화 ‘너와 나’(감독 조현철)는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담고 하루를 보내는 고등학생 세미와 하은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과 넷플릭스 ‘D.P.’에서 활약한 배우 조현철이 연출자로 선뵈는 첫 장편작이다. JTBC ‘청춘시대’와 영화 ‘스윙키즈’(감독 강형철)로 이름을 알린 박혜수와 영화 ‘다음 소희’(감독 정주리)로 신인상을 휩쓸고 있는 김시은이 각각 세미와 하은을 연기한다.
영화는 대체로 단조롭게 흘러간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화면에 여고생들의 평범한 한때가 담겼다. 세미의 하루를 따라가며 그가 느끼는 불안함과 조급함, 일렁이는 마음들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피어난다. 집착과 가까운 감정을 쏟아붓는 질풍노도 시기, 세미는 머릿속이 복잡하다. 하은이 나 아닌 다른 친구와 더 친한 건 아닐지, 왜 하은에게는 대출전화가 저렇게나 많이 오는 건지, 혹여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닐지, 그때 그 약속은 왜 취소한 건지… 이리저리 뻗어가는 세미의 궁금증은 여과 없이 하은에게 꽂힌다. “나 진짜 진지하게 물어볼 거 있어. 좋아하는 사람 있어?” 직구로 던지는 세미의 질문은 미묘하게 걸쳐 있던 우정과 애정의 경계를 훌쩍 넘어버린다.
소녀들의 마음은 팽창할 듯 굴다가도 금세 겉돈다. 어떤 소녀들은 의식의 흐름대로 이야기를 주고받다 금세 싸우고 곧장 화해한다.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여고생을 생생하게 담은 점이 인상적이다. 다소 인위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친구에게 사랑을 느끼는 세미를 보여주는 방식이 그렇다. 쨍한 목소리로 칭얼대는 장면이 대다수 분량을 차지하다 보니 피로감이 느껴진다. 삶과 죽음에 관한 물음, 친구 사이 미묘한 감정의 향방, 동물과 자연을 향한 따스한 시선 등 영화에 눌러 담은 메시지가 많은 것 역시 몰입을 저해하는 요소다.
다만 영화가 포괄한 것들이 선명히 드러나는 건 강점이다. 후반부에 다다르면 영화가 흐릿한 영상미를 고수한 이유와 학생들의 일상을 비롯해 평범한 우리네 모습을 담아낸 이유가 피부로 극각 와닿는다. 그 지점에서 보는 이들의 감정을 움직이는 힘이 생긴다. 스포일러를 접하지 않고 봐야 감흥이 커지는 영화다. 호불호가 갈릴 여지는 있다. 그러나 흐린 하늘 속 무지개가 희미할지라도 마음에 위안을 주듯, 울컥한 마음에 붙여주는 아기자기한 반창고가 꽤 괜찮은 위로로 다가온다. 상영시간 118분. 12세 이상 관람가. 오는 25일 개봉.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