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금융위원회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한 다음 날 몇몇 기자들이 모였습니다. 금융위 국정감사를 지켜본 기자들입니다. 이들의 처음 대화 주제는 국정감사장에서 도마 위에 오른 가계부채 관리였습니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에 ‘모순이 있다’며 문제 제기에 나선 민주당과 이에 대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답변을 놓고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이날 대화의 핵심은 가계부채 관리가 아니었습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놓고 ‘정치 중립’ 논쟁이 대화를 달궜습니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 정부가) 투기지구 등에 10억 초과 담보대출을 허용해 올해 8월까지 2만여 건, 7조8000억원 (취급됐다)”면서 “(이것은) 정부가 규제를 풀어준 것 아니냐”고 질의했습니다. 가계부채 관리를 강조한 현 정부가 오히려 규제 완화에 나서 가계부채가 늘어났다는 것을 지적하는 내용입니다.
김 위원장은 이를 대출 규제 정상화의 일환으로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마디만 하면 지난 정부 엄청나게 부동산 규제했는데 가계대출이 엄청나게 늘었다”며 “자꾸만 저희 정부 때문에 (대출 규제를 완화) 했다는 말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다소 격앙된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기자들의 대화는 김 위원장의 “저희 정부” 발언을 두고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에 부합하는지 엉뚱하게 쏠렸습니다. 금융위원장은 장관급 정무직 공무원으로 정치 중립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심은 최근 정치인 출신인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발언을 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부 전 부처에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켜달라”는 공문을 발송하기로 했기 때문에 더욱 부각됐습니다.
이날 기자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졌습니다. 한 기자는 야당에서 현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자,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이 불가피하게 나온 것으로 봤습니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입니다.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는 상황에서 임명권자에게 충성하는 것은 당연하고, 정치와는 무관하다는 반응도 보였습니다.
다만 여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금융위원장은 국민을 위한 공무원이지 현 정부를 위한 공무원이 아니라는 의견입니다. 따라서 정부를 ‘저희‧너희’로 구분하는 순간 공무원의 정치중립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또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무원의 이러한 자세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이날 대화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이 옳고 그르다는 판단은 결국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고위공직자의 말 한마디는 정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모두 동의했습니다. 사회의 의견이 양극화되고 대립하는 상황에서 고위 공무원의 발언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비록 기자들의 엉뚱한 생각이었지만 정무직 공무원은 정부를 지지하는 국민 일부나 정치 세력을 위한 이들이 아닌 것은 사실입니다. 국민 모두에게 봉사하고, 사회공동체를 통합할 책임을 지고 있는 이들입니다. 이를 다시 한번 상기해 볼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