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건축학개론’(감독 이용주)에서 해맑고 순수한 모습이던 배우 수지는 오는 20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이두나!’에서 담배를 입에 문다. ‘국민 첫사랑’의 변신이다. 그가 맡은 이두나는 아이돌 가수로 인기를 얻다가 돌연 잠적해 평범한 삶을 꿈꾸는 인물.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신한카드아티움에서 만난 수지는 “두나가 안쓰럽고 부러웠다”고 털어놨다. 무슨 일일까.
“온전히 힘들어하고 마음껏 표출하는 두나, 안아주고 싶었다”
수지가 들려준 얘기는 이랬다. 그룹 미쓰에이로 활동하며 가요계 루키로 떠오른 시절, 그는 힘들어도 자신이 힘든 줄을 몰랐다고 한다. 자기 감정을 부정하기도 했다. 수지는 “나는 애써 밝게 넘어간 순간들이 많았다. 반면 두나는 온전히 힘들어하고 (힘듦을) 마음껏 표출한다. 그게 안쓰러우면서 부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극 중 두나는 경계심이 많고 관계 맺기에도 서투르다. 작품 초반엔 담배를 입에 물고 험한 욕도 한다. 수지는 “짜릿했다”고 했다. ‘건축학개론’이나 tvN ‘스타트업’ 등 다른 출연작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연기에 새로 도전해서다. 수지는 “내게도 두나처럼 차가운 면이 있는데 (시청자는) 잘 모르실 것 같다. 그런 면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며 “작품을 보면 캐릭터와 닮았다고 느끼실 것”이라고 자신했다.
“작품에선 이 모습 아닙니다. 걱정마세요”
무대에서 내려온 두나는 쉐어하우스에서 대학생 이원준(양세종)을 만나며 달라진다. 메가폰을 잡은 이원효 감독은 “원작 웹툰(네이버웹툰 ‘이두나’) 속 원준은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이다. 가진 건 순수함뿐인 인물”이라고 봤다. 이 감독이 러브콜을 보낸 이는 군 복무를 마치고 연기 활동에 재시동을 걸던 배우 양세종. 1992년생인 그는 자신보다 열두 살 어린 원준을 연기하느라 고생깨나 했단다. 나이보다 어려 보이려 “수염 레이저 제모를 받았고 반신욕과 마스크팩도 많이 했다”고 한다. 양세종은 기자들 앞에서 깜짝 고백도 했다. 그는 “드라마 촬영 이후 3㎏가 쪘다. 작품에선 절대 지금 이 모습으로 나오지 않는다”며 “걱정 마세요”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설렘, 끌림, 그리고 치유의 이야기”
‘이두나!’는 두나와 원준의 사랑 이야기이자 두 사람이 각자 가진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수지는 “설렘과 끌림, 그리고 치유의 이야기”라고 ‘이두나!’를 정의했다. 이 감독은 “각기 다른 세계에 살던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며 하나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두 청춘스타가 출연하는 만큼 관심은 이미 높다. 온라인에선 일찌감치 ‘수지의 영상 화보집’이란 찬사가 나왔다. 이 PD는 tvN ‘사랑의 불시착’ 등을 해외에서도 성공시킨 ‘로맨스 장인’이다. 그래서일까. 넷플릭스에 따르면 이날 ‘이두나!’ 제작발표회는 해외로도 송출됐다. 양세종은 “촬영 전부터 감독님, 수지와 워낙 대화를 많이 해 첫 촬영부터 캐릭터로서 (작품에) 접근할 수 있었다”며 “촬영 후반부로 갈수록 내가 양세종으로서 말하는지, 원준으로 말하는지 헷갈릴 정도였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