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드람 2023~2024 V-리그’가 개막한 지 열흘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리그의 판도는 이전 시즌과 비교해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다.
올 시즌 가장 이변은 현대캐피탈의 부진이다. 지난 시즌 리빌딩을 마치고 정규리그 2위, 최종 준우승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쏜 현대캐피탈은 3경기에서 전패를 당하는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 기간 세트 승도 단 한 차례도 따내지 못했다.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전광인, 허수봉, 김명관 등은 국가대표팀을 오가면서 비시즌을 팀과 함께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아시아쿼터 차이 페이창(등록명 페이창)과 외국인 선수 아흐메드도 자국 국가대표로 차출돼 팀 합류가 늦었다.
아직까지 선수들의 컨디션도 완전히 않은 모양새다. 팀의 에이스인 전광인이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기간 부상을 입은 탓에 아직까지 개막전 대한항공전서 선발로 나섰지만 단 1점에 그쳤고, 이후 두 경기서는 각 한 세트만 소화했다.
또 다른 에이스 허수봉도 공격에서 미들블로커, 아웃사이드 히터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지만 기대 이하의 모습이다. 3경기 동안 올린 득점이 28점에 그친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지난 22일 삼성화재전에서 패배한 뒤 “현재 선수들의 호흡이 맞지 않는다. 대표팀 차출 때문에 7~8명이 빠진 상황에서 훈련을 했었다. 지금이 힘든 시기인 건 맞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우리카드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리그 1위에 오르는 인상적인 시작을 선보였다. 우리카드는 최근 몇 시즌간 플레이오프 단골 무대긴 했으나 올 시즌을 앞두고 파격적인 리빌딩을 거쳤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나경복이 KB스타즈로 이적했고, 트레이드를 통해 송희채, 황승빈 등을 보냈다. 이를 대신해 박진우, 한성정과 송명근을 품었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도 올 시즌에는 힘들 것 같다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신 감독은 시즌 개막에 앞서 열린 미더에디이에서 “선수단 구성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새로운 팀이 창단된 듯한 느낌”이라 말했다. 미디어데이에서도 우승 후보를 꼽는 질문에서 외면을 받았던 우리카드다.
하지만 우리카드는 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당당하게 리그 선두에 올라있다. 9개의 세트를 얻는 동안 단 1세트만 잃었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경기 내용을 보여줬다. 올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마테이 콕의 활약이 돋보인다. 콕은 3경기를 치르는 동안 73득점, 공격성공률 55.83%를 보여주며 연착륙에 성공했다.
선두 우리카드의 뒤를 잇는 팀은 삼성화재다. 지난 시즌 최하위였던 삼성화재는 5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무대에 밟지 못할 정도로 최근 남자부에서 가장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지난 8월 열린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파란을 일으켰고, 정규 시즌 들어서도 2승 1패를 거두는 등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 19일에는 지난 시즌 우승팀인 대한항공을 풀세트 끝에 잡아내는 등 발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시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1순위로 합류한 요스바니가 득점 1위(77점)에 오르는 등 빼어난 활약을 펼친데다 김정호도 국내 선수 중 득점 1위(39점)을 기록하는 등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의 허를 찌르는 선수 기용도 인상적이다.
아직 시즌이 초반인 만큼 언제든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그림이 펼쳐지기 시작하면서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기대감을 사고 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