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등장해 노래 ‘겟 잇 아웃’(GET IT OUT), ‘스페이스’(Space) 등을 낸 가수 아뽀키는 거문고자리 근처 ‘KOI-406.04’ 행성 출신이다.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날아와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이뤘다. 그의 정체는 버추얼(가상) 캐릭터. K팝 1호 버추얼 가수로 알려진 그가 10일 첫 정규음반을 냈다. 이날 온라인으로 만난 아뽀키는 “상상한 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게 버추얼 가수의 장점”이라며 “언젠가 팬들과 오프라인에서도 만나고 싶다”고 소망했다.
아뽀키는 실시간 3D 콘텐츠를 만드는 에이펀인터랙티브가 제작한 가수다. 실제 인간의 말과 행동을 3D 그래픽으로 실시간 구현해 팬들과 즉석에서 소통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정규 1집을 소개하는 이날 간담회도 사전 녹화가 아닌 생중계 방송으로 진행됐다. “아뽀키 고향과 가까운 거문고자리 인근 한 행성”에서 간담회를 열었다는 게 동료 댄서 오바·도쥬의 설명이다.
아뽀키는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다. 틱톡 팔로워는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급증해 450만명에 이른다. 유튜브 구독자도 33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8월 발표한 일본어 노래 ‘홀드 온’(Hold on)와 9월 낸 한국어 노래 ‘스페이스’(Space)는 현지 음악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지난해엔 미국 가상 인플루언서 전문 사이트 버추얼 휴먼이 뽑은 ‘한국 톱 버추얼 아티스트’ 1위로 선정됐다. 그룹 메이브, 플레이브, 이세계아이돌 등 가상 아이돌의 흥행 배경엔 아뽀키의 성공이 있었던 셈이다.
팬들을 직접 만나지는 못하지만, 아뽀키는 “팬들과 같은 시간을 사는 존재임을 각인”시키는 데 열심이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실시간 방송을 하고, K팝 커버댄스와 ‘먹방’ 등의 콘텐츠도 선보인다. 아뽀키는 음악 열정도 뜨겁다. 미국 그래미상을 여러 번 받은 세계적인 프로듀서 멜라니 폰타나, 린드그랜 등과 협업했다. 그는 “온라인 소통도 좋지만 언젠가 팬들을 실제로 만나고 싶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언젠가 이룰 수 있는 꿈이라고 생각한다”며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통틀어 세계 정점을 찍는 게 내 목표”라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