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빨대 무기한 연장된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며칠 전에 공문이 하나 왔어요. 이제 곧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빨대 등 일회용품 규제 계도기간이 종료될 테니 사용하게 되면 현장 단속과 과태료 부과가 될 수 있다는 내용으로요. 그런데 이틀 뒤에 무기한 연장된다고 발표가 난거예요.”
환경부가 일회용품 사용금지 계도기간 종료를 2주 앞두고 돌연 규제대상에서 종이컵을 제외하고 플라스틱 빨대 금지 시점을 무기한 연장하면서 일선에서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15일 쿠키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형 프랜차이즈의 경우 당분간 종전 친환경 정책을 유지하는 모양새다. 스타벅스의 경우 본사 정책에 따라 매장 내 다회용기 음료 제공과 종이 빨대 사용을 변동 없이 이어가 가기로 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제도는 무기한 연장됐지만 친환경 기조를 계속 이어나가려 한다. 기존대로 플라스틱 빨대와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맹점을 두고 있는 이디야를 비롯한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 등은 변경된 정부 시책에 대한 가이드라인만 내렸을 뿐 향후 일회용품 사용 방안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이들 관계자는 “유관부서와 내부 검토 중”이라며 “가맹점주들의 의견과 본사 차원에서의 사업비용 등을 고려해 협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소규모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이번 환경부의 결정으로 소비자와의 갈등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당초 친환경을 고려한 정책이었기에 초기에 불편함이 있었지만 개선되는 과정에 있었고, 소비자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지만 정부가 돌연 이같은 ‘번복’을 했기 때문이다.
마포구 한 카페 점주는 “현재 저희 매장은 옥수수를 사용한 생분해 빨대를 사용하고 있다. 이번 정부의 결정으로 고객이 법도 아닌데 왜 플라스틱 빨대가 없냐고 항의할 경우 그 민망함과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점주들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카페 점주는 “당연히 많은 카페들이 고객과의 불편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또 최근 고물가 사회 속에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플라스틱 빨대로 회귀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까지 환경을 생각해 노력했던 시간이 헛수고로 돌아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환경 문제는 결국 조금 불편하더라도 감수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앞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점주도 고객도 적응 단계에 이르렀는데 이같은 정부의 결정을 보면 총선을 고려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편 소상공인연합회와 비닐봉투 단속 유예를 받아든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이번 정부 결정에 대해 “일회용품 사용을 일부 허용하고, 계도기간을 연장한 것을 환영한다”며 “어려운 환경의 소상공인들에게 경영 부담을 완화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