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달고사는 시대…디지털치료로 약물 의존 떨친다

불면증 달고사는 시대…디지털치료로 약물 의존 떨친다

기사승인 2023-11-20 06:00:07
불면증 개선을 위해 인지행동치료가 권고되지만 비용·시간 문제가 가로막는다. 치료 대신 효과 빠른 약물을 찾는 환자가 적지 않다. 에임메드 홈페이지

나날이 늘어나는 불면증 환자들로 인해 수면장애 치료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대안으로 ‘디지털치료기기’가 부상하고 있다.

◇ 비용·시간 부담에 제한적 인지행동치료…약물 처방 선호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수면장애 진료를 받은 환자는 109만8000여명이다. 2018년(85만5025명)보다 28.5% 증가했다. 환자는 60대(23%), 50대(18.9%), 70대(16.8%) 순으로 많았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이 제시한 불면증 진료지침을 살펴보면 1차 치료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원인을 제거하는 훈련, 즉 인지행동치료다. 의사와 함께 적극적으로 원인을 찾고 교정하려는 환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에선 1차 의료기관은 물론 대학병원에서도 인지행동치료를 갖기 어렵다. 30~40분씩 12회 정도 진행되는 치료는 가격 부담이 큰 데다 공간 및 시설, 인력 소모가 적지 않다. 환자가 빠른 효과를 보기 어렵다보니 약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내성·금단 우려가 높은 졸피뎀 등의 수면제가 흔하게 처방되는 이유다.

조철현 고려대안암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1차 치료로 인지행동치료가 권장되지만, 비용적·시간적 문제로 실제 임상에서는 이를 선택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며 “환자들은 당장 잠을 잘 수 있는 약을 더 찾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치료 없이 약만 복용할 경우 생기는 문제는 의존증이다”라며 “약을 줄여야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심리적으로 계속 의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졸피뎀 등 일부 약물은 장기 복용 시 용량을 늘려야 하는 내성 가능성도 있다”면서 “결국 불면증이 만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 받은 불면증 디지털치료기기 제품. 웰트의 ‘웰트아이’(위), 에임메드의 ‘솜즈’. 웰트·에임메드

모바일 앱으로 지속 치료 가능…“약물 없어도 개선 효과”

이 같은 불면증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들이 이어졌고, 최근엔 디지털치료기기가 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치료기기는 어플리케이션 같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질환을 예방·관리·치료하는 의료기기를 말한다. 현재 불면증을 적응증으로 하는 디지털치료기기는 에임메드의 ‘솜즈’와 웰트의 ‘웰트-아이(I)’가 있다. 이들 제품은 일상에서 인지행동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모바일 앱 방식을 구현했다.

대한수면의학회, 대한디지털치료학회 등은 디지털치료기기를 통해 약물 의존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조 교수는 “디지털치료기기의 작용 기전은 인지행동치료를 기반에 뒀다”며 “임상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인지행동치료의 부재를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모바일 앱을 쓰기 때문에 공간적, 시간적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다”며 “환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훈련만 잘한다면 약물을 투여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효과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임메드와 웰트의 불면증 디지털치료기기는 혁신의료기술로 인정 받아 3년 동안 의료기관에서 비급여로 사용될 수 있다. 다만 아직 의료기관에서의 처방 방식이나 보험 수가가 확정되지 않아 관련 절차를 밟는 중이다. 

에임메드 관계자는 “병원마다 처방 프로토콜을 마련하고 있으며,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이르면 12월부터 처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수면제 등 약물을 유지 또는 감량할 목적이 있거나 약물을 아예 이용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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