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삶에 보대끼며 서로의 결을 맞춰 가는 남남일 뿐이다. 따라서 부부 사이에는 서로 싫어하는 것을 삼가는 것이 서로 바라는 것을 해주는 것보다 먼저이다.
사랑한다고 결혼하지 말라. 인생은 결혼했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지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정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결혼은 필요해서 하는 것이지 사랑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부부는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아닌 것 같다. 네덜란드의 문화인류학자 반 게네프(Van Gennep)는 “결혼이란 경제 활동”이라고 모질게 말했다.
사람이 장수하면 평생 1000달(月)을 살고, 회혼식까지 해로하면 700달을 부부가 함께 산다. 그동안에 700번은 다퉜을 것이고, 700가지 흉허물을 겪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찌 사랑하고 존경하며 살겠는가? 내가 한 일도 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허다한데, 아무리 부부라 할지라도 남이 한 일이 모두 마음에 들기만 하겠는가?
그러면 왜 사나? 소중하고, 미안하고, 불쌍하고, 고마워서 산다. 다시 태어나면 지금 아내와 살고 싶지 않다고들 말하지만, 나는 지금 아내를 다시 만나고 싶다. 여태까지 결 삭이며 산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지금 아내와 다시 살고 싶다.
새 여자 만나서 다시 60년을 싸우며 결을 삭일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 아내는 헤어질 수 없는 운명이다. 그러나 영원한 남이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1942년 충북 괴산 출생. 건국대 정외과와 같은 대학원 수료(정치학 박사). 건대 정외과 교수, 건국대 중앙도서관장 및 대학원장, 미국 조지타운대학 객원교수, 한국정치외교사학회장(1999~2000), 국가보훈처 4⋅19혁명 서훈심사위원(2010, 2019),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서훈심사위원 및 위원장(2009~2021) 역임.
저서로 '한국분단사연구' '동학사상과 갑오농민혁명' '한국사에서의 전쟁과 평화' 등 다수, 역서로 '정치권력론' '한말외국인의 기록 전 11책' '군주론'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