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도박·마약 중독 낙인, 높은 수준…회복 어렵게 만들어”

“술·도박·마약 중독 낙인, 높은 수준…회복 어렵게 만들어”

기사승인 2023-11-22 18:56:40
한국중독당사자지원센터가 22일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2023 한국중독당사자지원센터 성과보고회’를 열었다. 사진=김은빈 기자 

술이나 도박, 약물 중독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높은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독자에 대한 낙인은 회복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이들의 일상 복귀를 돕기 위해선 여러 사회·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박소연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22일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열린 2023 한국중독당사자지원센터 성과보고회에서 발표한 ‘중독당사자가 인식한 사회적 낙인에 관한 연구’에는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연구는 27개 기관의 협조에 의해 지역사회에서 중독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약물, 알코올, 도박 중독 회복자 266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응답자는 성별로 남성 189명, 여성 37명이었고, 평균 연령은 52.95세였다.

연구 결과 중독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자기 낙인 모두 높게 나타났다. 사회적 낙인은 일반 대중들이 그 존재와 가치를 평가절하 하는 것으로, 특정집단에 대한 사회구조적 차별로 이어진다. 자기낙인은 사회적 낙인을 스스로 내면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사회적 낙인은 5점 만점에 3.34점으로 조사됐다. 응답자들이 대중으로부터 불공정한 대우나 사회·구조적 수준에서 낙인을 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회적 낙인을 경험할수록 자기 낙인을 경험하는 정도와 소외감, 고정관념 지지, 차별 경험, 사회적 위축도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기낙인은 4점 만점에 평균 2.27점이었다. 응답자들은 낙인 저항과 소외감(2.41점), 사회적 위축(2.24점), 차별(2.23) 순으로 느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중독자라는 낙인으로 인해 사회적 배제를 겪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사회적 배제에 대한 응답자의 평균 점수는 4점 만점에 2.38점이었다. 관계적 배제(2.4점), 사회적 참여(2.99점), 동네 배제(2.29점), 기본 서비스 배제(2.18점)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현재 도움이 가장 필요한 영역으로 경제영역, 건강영역을 꼽았다. 중독자들이 두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응답자 10명 중 5명 이상이 소득이 전혀 없거나 100만원 미만의 소득이 있다고 답해, 높은 수준의 경제적 배제를 경험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는 질병 또는 부상, 심신 무능력이 주된 이유였다.

정신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과반수 이상인 62.8%가 ‘외롭다’고 응답했다. 우울하다,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는 응답은 각각 15.7%, 40.7%로 나타났다.

이같은 중독자에 대한 낙인은 회복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박 교수는 “중독자에 대한 낙인은 사회적 고립과 자원 부족을 야기해 회복을 어렵게 한다”며 “중독 유형에 따른 맞춤형 회복 지원과 중독자에 대한 대중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중독자 회복에 관한 예산 지원이 후순위로 밀리는 문제도 있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사회적 낙인 때문에 사회복지 예산 편성에 있어 중독자 회복 예산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있다”며 “회복은 내적 자원 뿐 아니라 사회적 자원도 함께 해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중독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 연구가 한국에서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중독 관련 연구는 부족한 편이다. 최근 외국에서 중독과 낙인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외국에선 중독에 대한 낙인은 다른 정신장애에 대한 낙인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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