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최미영(68세·여)씨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처지는 눈꺼풀로 인해 시야 확보가 어려워졌다. 아무리 부릅떠도 눈꺼풀이 내려오는 탓에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회사 일도 손에 안 잡힌다. 주변에선 상안검 수술을 권했지만 고액의 수술비 앞에 마음을 접었다. 최씨는 “비급여로 수술을 받으면 200만원에 부가가치세까지 20만원 더 내야 한다”며 “미용 목적이 아닌데도 부가세를 내라니 부담이 크다”고 털어놨다.
일상에 지장이 있거나 질환을 얻어 성형수술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도 미용 목적의 성형 범주에 속해 수술을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안 그래도 비싼 수술비에 부가세도 똑같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선 의료 현장에선 이 같은 체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7일 강상윤 경희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대한성형외과학회 보험이사)는 쿠키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치료 목적의 성형 수술도 미용으로 치부돼 비급여와 부가세로 인한 가격 부담을 겪는 환자가 많다”며 “의료행위에 대한 부가세 부과가 정당한 것인지, 급여 기준을 개선할 필요는 없는지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짚었다.
정부는 2011년 7월부터 부가세 과세 대상을 확대하기 시작하고 ‘피부·미용 목적 성형 시술·수술’을 받을 때 10%의 부가세를 내도록 개정했다. 이 때문에 치료를 꺼리는 사각지대 속 환자들이 있다. 큰 가슴 탓에 목디스크, 허리디스크가 생긴 여성들의 경우 가슴축소술을 받으려면 비급여 금액으로 300~700만원가량을 지불해야 한다. 부가세도 추가로 붙는다. 가슴축소술은 미용 목적의 행위로 분류된다.
지난해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성 유방축소술도 급여화 해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글을 게재한 청원인은 “유방의 과다한 무게로 만성 어깨 결림, 허리디스크, 척추 비틀림, 신경통, 피부 짓물림 등을 오랫동안 겪어 왔다”면서 “사춘기 시절엔 놀림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받기도 했다”고 호소했다.
청원인은 “어렵게 결심한 수술은 미용 목적이라는 이유로 1000만원 이상의 금액을 내야 했다”라며 “남성의 여유증은 유방비대 같은 한국표준질병 분류번호를 사용해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한데 어째서 여성 유방의 비대는 치료 목적으로 봐주지 않는가”라고 토로했다.
강 교수는 “수술을 포기하는 환자 중에는 소득이 없는 고령 환자들이 많은데, 비용 부담으로 인해 노후를 편하게 보내지 못한다”고 전했다.
의료행위의 부가세에 대한 시민 의식도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20~60대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1.7%는 성형수술이나 미용시술에 부과하는 부가세를 폐지하는 것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부가세 부과가 부당하다고 답한 비율은 58.5%였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관계자는 “현장에서 의료행위를 치료 목적과 미용 목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일반적으로 성형으로 인식되는 모든 수술에 부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의료비 상승이라는 결과를 낳아 주로 젊은층의 조세 부담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급여 기준과 진단의 관점 등을 살펴 의료보험 재정지출의 우선순위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련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감안해 급여 기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질병과 불편한 상태 사이의 간극을 메울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