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여오는 게 손해”…치료재료 원가 인상에 공급망 위기 우려

“들여오는 게 손해”…치료재료 원가 인상에 공급망 위기 우려

코로나19·러시아전쟁 등으로 물가·인건비·원부자재값 상승
업계 “보험상한금액에 막혀 손해 증가”
낮은 가격 산정에 수입 안 되는 치료재료도
정부, 치료재료 유통 시스템 구축 검토

기사승인 2023-12-01 14:00:02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KMDIA)는 30일 소노펠리체컨벤션에서 ‘2023 KMDIA 보험위원회 정책포럼’을 열고 업계, 환자단체, 의료계 등 전문가들과 함께 공급망 위기에 따른 의료기기(치료재료) 수급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진=박선혜 기자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국내 치료재료 공급망에 위기가 찾아왔다는 우려가 크다. 업계와 환자단체는 필수 치료재료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정부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KMDIA)는 30일 소노펠리체컨벤션에서 ‘2023 KMDIA 보험위원회 정책포럼’을 열고 업계, 환자단체, 의료계 등 전문가들과 함께 공급망 위기에 따른 의료기기(치료재료) 수급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유현승 시지바이오 대표는 실제 치료재료 제조업체들이 수입 과정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유 대표는 “코로나19 시기부터 원자재, 인건비, 원가 등이 상승되며 4만원짜리 치료재료가 최대 20만원까지 오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상한금액 제도로 인해 가격을 올리지 못해 손해가 크다”고 전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협회사 658곳을 대상으로 ‘의료기기산업계 경영환경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이 같은 현실이 반영됐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생산 및 공급에 차질이 있는지 묻자 63.6%가 ‘있다’고 답했다. 생산, 수입 차질이 발생한 제품에 대한 대안으로는 54%가 ‘생산, 수입 축소 또는 중단’을 택했다.

정진용 비브라운코리아 이사는 “업계 조사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공급 원가가 10~30% 인상됐다. 보험상한금액이 고정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대리점 가격을 높이거나 생산을 축소, 중단하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입사 입장에서는 국내 보험가가 낮아 공급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보인다. 좋은 치료재료가 있어도 우리나라는 우선순위에서 밀리다 보니 환자들이 보다 개선된 제품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되기도 한다”고 짚었다.

업계는 국내에 대체제가 없는 제품과 필수 치료재료에 한해서는 보험상한가를 높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대표는 “정부를 찾아가 수가 조정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이사도 “보험상한금액을 인상하거나 물가 변동 상황에 따라 수가를 보정하는 환율연동제도로 4~5% 정도 인상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자 단체와 의료계 역시 치료재료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아세트아미노펜, 아스피린의 부족 사태와 소아용 인공혈관 공급 중단 사태 등은 모두 턱없이 낮은 보험가 때문에 발생했다”며 “공급망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도 “우리나라는 허가 심사, 가격 선정, 통관, 가치 평가 때문에 좋은 치료재료가 도입되지 못하거나 공급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피해는 국민이 보지만 그 피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업계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해결이 필요한 품목을 파악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남효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사무관은 “필수 치료재료 공급 부족 문제를 보완해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보험체계 내에서 수가를 즉각적으로 조정하기란 어렵다”고 전했다. 

김 사무관은 “치료재료의 경우 약제와 달리 유통관리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아 문제를 검토하는데 많은 시간이 든다”면서 “생산, 수입, 유통을 한눈에 보기 위해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주요사업으로 치료재료 유통 시스템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공급망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협회와 적극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