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어김없이 회식·모임 자리가 이어지면서 통풍 환자들의 고민이 깊다. 단골 메뉴인 기름진 음식들과 술은 통풍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먹고 싶어도 엄두가 나질 않는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무엇일까. 제로 소주나 무알콜 맥주는 괜찮을까. 지난 1일 박소연 명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통풍 환자의 술자리 팁을 들어봤다.
Q. 통풍은 어떤 질환인가
A. 통풍은 혈액 속 요산 물질이 과도하게 높아져 결정을 만들고, 이 결정이 관절 주변에 쌓이면서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음식으로 섭취되는 퓨린이라는 물질이 대사되는 과정에서 요산이 생기는데, 요산이 소변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거나 과다하게 발생하면 통풍이 올 수 있다.
Q. 최근 젊은층에서 통풍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인가
A. 예전에는 주로 비만한 중년 남성에서 많이 생겼다. 최근에는 고기 위주의 서구화된 식습관에 음주 문화나 탄산음료 소비 증가 등이 어우러지며 젊은 세대에서도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진료 보는 환자 중 20~30대 비중이 높아졌다. 젊은 환자들 중에는 급격히 살이 쪄 몸 속 염증 수치가 높아지면서 통풍이 오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런 경우 생활습관 교정과 약으로 완치가 가능한 만큼 진료를 받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통풍 가족력이 있다면 유전적 문제로 인해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Q. 맥주가 통풍의 가장 큰 적이라고 들었다. 다른 술은 괜찮은가
A. 통풍 환자에게 제일 나쁜 술은 맥주가 맞다. 맥주에 들어가는 효모가 퓨린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술이 안전하다고 볼 순 없다. 소주나 화이트 와인은 퓨린이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상 알코올 자체가 요산 배출을 더디게 하다 보니 권하지 않는다. 통풍에 위험한 주종 순서를 따진다면 맥주, 막걸리, 소주나 독주 순으로 말할 수 있다.
Q. 무알콜 맥주나 무설탕 음료는 괜찮을까
A. 무알콜 맥주는 알코올로 생기는 요산 배출 감소를 해결할 순 있겠지만 역시나 맥주이기 때문에 환자에게 좋지 않다. 일본에는 통풍 환자를 위한 저퓨린 맥주가 있다고 들었는데, 국내에는 아직 들어오지 않은 걸로 안다. 무설탕 소주나 무설탕 음료의 경우 설탕이 안 들어 있다고 해도 과당류가 일부 포함돼 있어 안전하다고 볼 순 없다.
Q. 술자리 후 갑자기 찾아오는 발작은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은가
A.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통풍이란 이름처럼 급성 증상이 오면 통증을 견디는 게 굉장히 힘들다. 그래서 외래 진료를 보러오는 환자들에게 4~5일치 비상약을 항상 소지하고 다니라고 조언한다. 통풍 발작이 올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순간 약을 복용해야 통증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조기에 약을 복용해야 한다.
Q. 통풍 환자에게 도움 되는 회식자리 팁을 전해준다면
A. 사실 통풍 환자의 요산 수치는 음식을 제한한다고 해서 눈에 띄게 나아지진 않는다. 음식보다는 약을 얼마나 꾸준히 먹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평상 시 약을 잘 복용하고 과음, 과식을 자제하는 편이라면, 1인분 정도의 양 안에서 뭐든 골고루 먹는 것을 권장한다. 술도 무조건 안 된다고 하진 않는다. 소량 정도는 괜찮다고 환자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술을 먹을 때는 물을 더 많이 마셔서 혈액 속 요산 수치를 낮추고 또 배출하는 게 좋다. 술 중에선 특히 맥주, 안주로는 곱창이나 내장류, 붉은 고기를 피해야 한다. 과일이나 치즈, 견과류 정도는 안주로 추천할 수 있다. 또 술을 마시기 전과 술 마신 다음날 오히려 건강에 안 좋을까봐 약을 안 먹는 사례가 있는데, 그럴 때일수록 더 잘 챙겨먹어야 한다. 약을 잘 복용해야 통풍 발작 위험도가 떨어진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