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감독상을 수상한 홍명보 감독이 다른 감독들의 공로를 높이 샀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4일 서울 송파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23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달 27일 K리그 개인상 후보선정위원회를 열어 최우수감독상, 최우수선수상(MVP), 영플레이어상, 베스트11 부문의 4배수 후보를 선정 및 발표했다. 선정된 후보들을 대상으로 각 구단 감독(30%), 주장(30%), 미디어(40%) 투표를 통해 최종 수상자가 선정됐다.
홍 감독은 K리그1 감독 9표로 동료 감독들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이어서 주장 4표, 미디어 36표 등 고르게 득표했다.
울산은 올 시즌 리그 38경기에서 23승 7무 8패를 기록하며 리그 종료 3경기를 앞두고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이는 지난 시즌 리그 종료 1경기를 앞두고 우승을 확정했을 때보다 2경기나 단축한 기록이다.
홍 감독은 K리그 40년 역사에서 역대 6번째로 리그 2연패를 달성한 감독이 됐다. 감독상을 2년 연속 차지한 사례는 2017년과 2018년에 연속 수상한 전북 최강희 감독 이후 5년 만이다.
홍 감독은 “수상을 예측하지 못했다. 지난해 감독상을 받아봤고 올해는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다른 사람들이 잘 한 사람들이 타도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올해 감독상은) 보너스 가다고 느껴졌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후보로 올라왔던 3명의 감독은 앞으로도 K리그 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에서 유망한 감독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모든 감독들이 자기의 색깔이 있는 감독들이다. 다른 감독이 수상해도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언젠가는 계속 감독상을 타면서 감독 생활을 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은 이날 시상식에서 “감독은 부담감과 압박을 받는 자리지만 미래를 꿈꾸고 있는 지도자, 감독들이 있다. 올해 받은 이 감독상을 그분들과 나누고 싶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홍 감독은 “감독직에 대한 외로움을 표현하려고 했다. 지금 현장에 있는 젊은 감독, 베테랑 감독 등 모두에게 개인적인 존경심을 나타내려는 생각에서 ‘같이 나누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언급했다.
울산에게도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즌 초반 무패 질주를 달리다가 지난 6월 구단 내 일부 선수들이 SNS에서 선수를 ‘동남아 선수’에 빗대면서 인종 차별 논란이 일었다. 또 8월에는 잠시 부진하면서 성적이 나오지 않기도 했다.
홍 감독은 “올해의 전환점은 SNS 사건이나 박용우의 이적 등이다. 그 시점이 우리에겐 굉장히 전환점이었다. 부정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바뀔 수 있을지 생각했다. 내 스스로도 많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새로운 상황도 나에겐 경험이었다. 축구 외적인부분에서 팀이 나가는 방향에 있어 어려운 시점이었다”라면서 “슬기롭게 잘 넘겨왔다는 생각도 들지만 나름대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결과를 얻어낸 축적된 시간이 팀 뿐만 아니라 구성원 모두에게도 경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울산 선수들은 상을 받은 직후 홍 감독에게 일제히 감사 인사를 남기기도 했다.
홍 감독은 “내가 시킨 것은 아니다. 선수들이 상을 타고 기분이 좋으니 립 서비스를 한 게 아니겠나”라고 너털 웃음을 지으며 “나는 팀을 이끌어 가면서 선수들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느 선까지 침범을 하고, 어느 선까지 본인에게 맡기는가. 자유로움 속에서 보이지 않는 규율. 또 예절을 중요시한다. 제일 가르치기 쉬운 것이 예절이고,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2연패를 달성한 울산은 이제 3년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홍 감독은 “누군가는 우리의 우승 도전에 강력한 저지를 할 거라고 생각한다.그것을 이겨내냐, 이겨내지 못하냐에 우리의 우승이 달려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송파=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