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필수의료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비수도권 배정 전공의(레지던트) 정원을 늘렸지만 의사들이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수의료 과목 중에서도 인기과에 속하는 내과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지방 상급종합병원 심장내과 전문의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어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역·과목 간 의료인력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전공의 정원 비율을 55대 45로 조정했다. 복지부는 전공의 정원 비율을 조정하면서 전공의가 지역 병원에서 충분한 수련 기회를 제공받아 전문의가 돼서도 지역에 정착하는 그림을 그렸지만 수도권 쏠림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2024년도 상반기 전공의 1년차 지원 결과, 총 모집정원 3345명(수도권 1923명, 비수도권 1422명) 중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원자는 각각 2290명, 1298명으로 나타났다. 26개 전문 과목 중 가장 많은 전공의를 뽑는 내과도 수도권 쏠림 현상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번 모집에서 내과는 622명 정원에 657명이 지원해 105.6%의 지원율을 기록했다. 전체 지원율만 놓고 보면 선방한 것처럼 보이지만, 수도권 지원율이 113.5%(356명 모집, 404명 지원)인 반면 비수권은 95.1%(266명 모집, 253명 지원)를 기록하며 100%를 채우지 못했다.
고령화 시계가 빨라지면서 내과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내과 전공의 수련 중도 이탈률이 최근 5년간 10%에 달하는 등 의료현장에서 위기감이 감지된다. 특히 내과의 한 분과로, 심장과 혈관에 관계된 질환 모두를 아울러 진료하는 심장내과(순환기내과)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지방 국립대병원들조차 심장내과 정원을 거의 못 채우고 있단 후문이다.
강석민 대한심부전학회 회장(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은 “당뇨, 고혈압, 만성콩팥병 등 심부전의 선행질환인 만성질환자가 늘면서 심부전 환자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전문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지방 대학병원 심장내과는 초토화되고 있다. 강릉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들이 나간 일이 대표적이다”라고 말했다. 강릉아산병원에 따르면, 지난 1~2월까지 심장내과 전문의 4명이 병원을 떠났다. 이후 3월에 2명을 충원해 지난해 7명으로 운영되던 심장내과는 5명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심부전이란 심장이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발생하는 질환군을 말한다. 심장이 신체 전반으로 피를 보내는 힘이 약해지면 숨이 차고 붓는 증상이 생기는데 고통이 심해지면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심부전 환자는 꾸준한 증가 추세다. 학회에 따르면, 심부전 진료인원은 지난 2017년 12만3928명에서 2021년 15만8916명으로 최근 5년 새 3만4988명(22.8%)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7.1%다. 현재 국내 심부전 환자 수는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강 회장은 지방의 심장내과 의사가 줄면 그만큼 중증 심부전 환자를 볼 수 있는 의사가 적어지고, 지방의 환자들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리면서 수도권 의사들도 힘들어 병원을 떠나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가 비수도권 정원을 늘려줘도 내과 전공의가 부족하고 미충원 병원이 허다하다”며 “고령화로 인해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해야 하는 중증 심부전 환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방 국립대병원들마저 정원을 거의 못 채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질병군이 B군으로 분류된 심부전을 A군으로 상향시키고 중증 심부전 환자를 정확히 구분해 이들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적절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책수가 조정 등 심장내과 유인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