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어떨까. 평범한 청년 팀(도널 글리슨)에게 이런 꿈같은 일이 찾아온다. 성인이 된 날 아버지 제임스(빌 나이)로부터 가문 대대로 이 같은 능력을 가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팀. 그때부터 그의 인생은 달라진다.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런던으로 향한 그는 우연히 만난 메리(레이첼 맥아담스)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를 돕기 위해 시간을 되돌리자 메리와의 인연은 없던 일이 되고, 팀은 다시 메리를 만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팀의 사랑은, 그의 인생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어바웃 타임’ 어땠어?
사람은 누구나 후회를 한다. 그래서 누구에게든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런데 돌아가는 것만이 능사일까? 시간여행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어바웃 타임’(감독 리처드 커티스)은 이런 질문에 다정히 답하는 영화다. 주인공 팀은 후회하는 일이 생길 때마다 시간을 거스른다. 옷장 속으로 들어가 눈을 감고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떠올리기만 하면 끝! 사귀고 싶은 이성을 만났을 때, 주위의 누군가가 낭패를 겪었을 때, 자신의 실수를 되돌리고 싶을 때마다 팀은 옷장으로 향한다.
시간을 돌린다 해서 팀은 과연 완벽한 인생을 살아갈까? 역시나 그렇지 않다. 자잘한 과오 정도는 얼마든 바로잡을 수 있어도, 안 되는 일을 되도록 만들 순 없다. 시간을 아무리 이동해도 샬럿(마고 로비)과 연이 닿지 않는 것처럼. 어떤 역행은 현실을 파괴하기도 한다. 시간을 돌려 모두를 행복하게 하려 해도 그럴 때마다 누군가가 다치거나 상처 입는다. 수차례 갈림길 앞에 놓인 끝에 팀은 비로소 시간을 돌린다 해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후회를 놓은 팀에게는 매일매일이 선물 같다. 하루를 값지게 살며 소소한 행복을 만끽한다. 되돌리고 싶은 일이 있더라도 그 역시 인생이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때론 많은 게 달라진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지난날을 향한 후회보다 현재에 충실하며 행복을 찾아갈 우리를 기대하게 된다.
주목! 이 장면
‘일 몬도’가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성당, 새빨간 드레스를 입고 미소 짓는 메리와 초조하게 그를 기다리는 팀, 그와 함께 매섭게 쏟아지는 폭우. 그림 같을 줄만 알았던 야외 결혼식은 엉망으로 치닫지만 그곳에 있는 모두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날 줄 모른다. 팀과 메리의 결혼식은 ‘어바웃 타임’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이 대목에서 사랑스러움을 만끽했다면 팀과 제임스의 마지막 탁구 대결과 해변 산책은 눈물샘을 자극하는 또 다른 명장면이다. 더 이상 시간여행은 필요 없단 걸 깨닫는 팀의 성장이 마음에 울림을 남긴다. ‘어바웃 타임’의 여러 상징이 도드라지는 이들 장면에 주목하면 극이 보다 더 생생히 와닿는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