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JPMHC)’가 포문을 열었다.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급성장한 비만 치료제 시장이 업계의 관심을 모으며 활발한 비즈니스 교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42회를 맞은 JPMHC가 8일(현지 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다.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50개국, 제약바이오와 헬스케어를 아우르는 600여개사가 집결했다.
이번 JPMHC의 핵심 키워드는 ‘비만 치료제’다. JPMHC 온라인 홈페이지 메인 화면은 ‘비만약에 대한 식욕 증가’라는 문구와 함께 요즘 떠오르는 비만 치료제 주요 성분 ‘GLP-1(글루카곤 펩타이드-1)’ 작용제에 대한 소개로 채워졌다.
JP모건리서치에 따르면 GLP-1은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로 활용되면서 시장 규모가 오는 2030년 1000억 달러(한화 약 13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크리스 쇼트(Chris Schott) JP모건 바이오제약 부문 수석 연구원은 “미국에서만 3000만명이 GLP-1 치료제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체 인구 약 9%에 해당하는 수치”라면서 “향후 수년간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수 있지만 더 많은 공장이 가동되고, 더 경쟁력 있는 경구제가 등장해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현재 GLP-1 치료제는 미국 기업 일라이일리와 덴마크 기업 노보노디스크 두 업체의 독과점 형태를 띠고 있다. 일라이일리의 ‘마운자로’는 출시 2년 만에 조 단위 실적을 올렸고, 노보노디스크는 ‘위젬픽’과 ‘위고비’로 2022년에 전년 대비 30% 이상 매출이 뛰었다. 해당 의약품들은 올해 전 세계 의약품 매출 순위 중 TOP5 안에 들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JPMHC에서는 제2의 마운자로·위고비를 위한 업계의 기술 이전과 파트너 물색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펩트론, 대원제약, 일동제약 등이 비만 치료제 관련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최인영 R&D센터장(전무)과 팀장급 실무진들이 행사에 참석해 비만 신약 5종 ‘H.O.P’ 프로젝트를 비롯해 파이프라인 전반을 소개할 계획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잠재적 파트너사와 미팅을 갖고 비만 치료제와 파이프라인을 선보이는 것이 주요 목적이자 기대 성과다”라고 설명했다.
동아에스티는 연구소와 개발사업팀 실무 담당자가 다양한 글로벌 제약사와 네트워킹을 갖고 파트너링 활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자회사 뉴로보를 통해 개발 중인 비만 치료제 ‘DA-1726’의 우수한 체중 감소 효과와 경쟁력을 보여줄 것”이라며 “박람회에서 향후 사업 진행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펩트론의 경우 글로벌 제약사들과 신약 개발 플랫폼에 대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화, 기술 이전, 약물 제형 변경 기술 관련 비즈니스 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펩트론은 주 1회 투여하는 위고비나 마운자로의 약물 형태를 1개월 지속형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주목 받은 바 있다. 펩트론 관계자는 “비만 치료제 뿐만 아니라 항체약물접합(ADC), 치매 치료제 등 다양한 약물의 제형 개발에 접목이 가능한 만큼 새로운 파트너십 기회를 확보할 수 있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GLP-1 시장이 높은 수익성을 증명한 만큼 제약사,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해당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며 “현재 GLP-1 치료제는 가격 부담이 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기술이나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 이번 박람회 미팅에서 보다 매력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