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강 체제로 굳혀지던 프로배구 남자부 순위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상위권인 우리카드와 삼성화재가 연패에 빠지면서 주춤한 사이 중위권에 있던 OK금융그룹과 현대캐피탈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이제 남은 경기에서 1경기도 포기할 수 없는 처절한 레이스가 펼쳐질 전망이다.
15일 기준 프로배구 순위 선두는 우리카드(승점 43점)다. 시즌 전 ‘약체’라는 오명을 딛고 정규리그 초반부터 순항을 이어가며 2라운드부터 꾸준히 선두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좋지 않다. 최근 4연패 수렁에 빠졌다. 지난달 31일 현대캐피탈전을 시작으로 대한항공, OK금융그룹, 한국전력에 내리 패배했다. 지난 14일 한국전력과 풀세트 접전 끝에 얻은 승점 1점이 전부다. 이 사이 대한항공(승점 40점)이 승점을 쌓으면서 두 팀의 격차는 3점차로 줄어들었다.
12월까지 팀의 쌍포 역할을 맡던 마테이 콕과 김지한 등의 공격 성공률이 동시에 떨어지면서 어려운 경기를 하고 있다. 여기에 신예지만 안정적으로 경기 운영을 펼치던 한태준도 최근 들어 부진한 모양새다.
지난 5일 대한항공에 0대 3으로 패배한 뒤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은 “선수들끼리 맞지 않은 느낌이다. 우리가 뭐라도 되는 것 마냥 플레이를 했다. 1위를 달리고 있다보니 자기도 모르게 자만한 것 같다”고 선수들의 태도를 질책한 바 있지만, 극약처방도 실패한 모양새다.
시즌 초반 우리카드와 함께 선두권을 구축했던 삼성화재도 최근 들어 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삼성화재도 최근 OK금융그룹, 현대캐피탈, 한국전력에 연속 패배하며 3연패 수렁에 빠졌다. 2위 자리도 대한항공에 내줬다.
삼성화재 역시 최근 들어 공격진이 다소 침체돼 있다. 4라운드에 치른 4경기에서 올린 득점 318점으로 라운드 최소 득점에 쳐져있다. 외국인 선수 요스바니가 분전하고 있지만 국내 선수들의 지원이 이전만 못한 상황이다.
지난 12일 한국전력전 패배 이후 김상우 심상화재 감독은 “멘털적으로 약해졌다. 기술적인 부분보다 그런 부분 문제가 더욱 컸다”고 문제점을 짚기도 했다.
상위권이 부진한 반면 중하위권팀들 반격도 눈에 띈다.
3라운드 때 6전 전패를 기록하며 한 때 6위까지 추락했던 OK금융그룹은 4라운드에 치른 5번의 경기를 모두 승리했다. 2위 대한항공, 3위 삼성화재를 잡더니 지난 10일에는 선두 우리카드마저 격침하며 ‘3강’을 상대로 모두 승리했다. 순위도 4위(승점 36점)까지 상승했고 3위 삼성화재(승점 38점)과 격차도 2점차에 불과하다.
3라운드만 하더라도 외국인 선수 레오의 컨디션이 다소 좋지 못했는데, 4라운드 들어서는 완벽히 부활한 모습이다. 레오는 4라운드에 득점 1위(165점), 공격종합 3위(62.45%), 오픈 공격 2위(61.04%), 후위 공격 1위(71.43%), 세트 당 서브 득점 성공 1위(0.737개) 등 대부분의 공격 지표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레오가 공격을 이끄는 동시에 신호진, 차지환, 송희채 등 국내 공격수들은 적은 기회를 잘 살려내며 뒤를 받치는 모양새다. 주장 이민규가 빠졌지만 팀의 리베로인 부용찬이 팀을 잘 이끌고 있다.
지난 12일 3시간이 넘는 혈투 끝에 대한항공에게 아쉽게 패배하며 5연승 행진이 마감됐지만 현대캐피탈 역시 최근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
2라운드부터 6연패 수렁에 빠졌던 현대캐피탈은 지난달 팀을 9시즌 동안 이끌었던 최태웅 감독을 전격 경질하며 변화를 줬다. 최 감독을 대신해 진순기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았다. 이후 현대캐피탈은 5연승을 달리면서 힘들어 보이던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에 불을 붙였다.
현대캐피탈은 삼각 편대가 확실히 부활했다. 아흐메드, 전광인, 허수봉 모두 제 포지션에 고정되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여기에 시즌 초반 이현승에 밀려 기회가 많지 않았던 세터 김명관이 이제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외에도 최민호, 여오현, 문성민 등 베테랑 선수들이 팀을 꽉 잡아주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15일 기준 32점으로 6위에 쳐져있지만 5위 한국전력(승점 34점)과는 2점차, 4위 OK금융그룹과는 4점차에 불과하다. 언제든지 따라잡을 수 있는 상황이다.
정규시즌 반환점을 돌았지만 여전히 10경기 이상 남아있다. 시즌 초반 판도가 깨지기 일보 직전인 가운데 중위권 팀에서 이변을 일으켜도 놀랍지 않을 현재의 흐름이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