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빅토리아 시대 소설가 조지 엘리엇(1819~1880)의 대작 ‘미들 마치’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6⋅437번으로 새로 번역돼 나왔다.
미들마치는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영문학의 고전 중 고전이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사회적 규범이 개인의 욕망, 나아가 삶에 미치는 영향과, 인간 본성의 명암을 치밀하게 고찰한 대작이다.
작가는 가상의 소도시 미들마치를 배경으로 각 사회계층을 대변하는 다양한 개성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결혼, 종교, 선거권,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 등을 둘러싼 갖가지 담론과 극적인 사건들을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풍속도를 완성했다.
작품 속에서 제각기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서로 이어주는 것은 결혼이란 제도다.
미들마치에서 결혼은 지적 열망에 사로잡힌 어린 신부에게 우울증의 나락을 보여주기도 하고, 새로운 세상을 위해 혁신적인 치료법을 추구했던 젊은 과학자를 빚쟁이로 전락시키기도 한다. 또 상속받을 재산만 믿고 방탕한 생활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던 철부지 청년을 견실한 농부로 바꿔놓기도 한다.
인물들은 내적 결함이나 사회적 제약에 좌절하기도 하지만 시대 변화에 도전하며 각자 삶의 궤적을 천천히 그려나간다.
조지 엘리엇은 19세기 영국소설을 윤리적·철학적 문제를 탐구하는 진지한 장르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버지니아 울프는 생전에 이 소설을 두고 “성인을 위해 쓰인 극소수의 훌륭한 영국 소설 중 하나”라고 극찬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