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여권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구성으로 변경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몫 방심위원 2명만 위촉하면서다. 앞서 야권 추천 방심위원 2명이 해촉되면서 방심위원 구성은 여권 추천 위원 6명 야권 추천 1명이 됐다. 공정성 논란이 예상된다.
MBC 바이든 보도 심의 앞둔 방송소위, 사실상 ‘여4 야0’
23일 방송가에 따르면 방심위는 류희림 위원장을 비롯해 황성욱(상임위원)·이정옥·허연회·문재완·김우석·윤성옥 위원으로 재편됐다. 이중 야권 추천 인사는 윤 위원 한 명뿐이다. 문재완·이정옥 위원은 전날 윤 대통령 추천으로 위촉됐다. 류희림 위원장과 황성욱·허연회·김우석 위원은 여권이 추천한 인사다.
방송을 심의하는 방송소위는 여권 추천 4명(류희림·황성욱·이정옥·문재완)과 야권 추천 1명(윤성옥)으로 구성됐다. 윤 위원이 앞서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소위원회 위원 배치를 결정한다면 공식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여야 4대0 구성으로 방송을 심의하게 됐다.
재편된 방송소위는 이날 회의에서 MBC ‘뉴스데스크’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보도와 MBC 표준FM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의 고(故) 홍정기 일병 유가족 국가배상소송 1심 패소 보도에 각각 제작진 의견 진술을 의결했다. 이달 말부터는 MBC ‘바이든-날리면’ 보도 등을 심의한다. 해당 보도는 지난해 5월 심의 안건으로 올랐으나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의결을 보류했다. 최근 법원이 MBC 보도가 허위라며 외교부 손을 들어주면서 심의도 재개된다.
“방심위가 정치적 검열 기구인가”
방심위원 9명은 방통위법에 따라 대통령·국회의장·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3명씩 추천한다. 현재 국회의장 추천 위원 2명이 공석이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해 11월 황열헌 인천공항시설관리 사장과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를 추천했으나 윤 대통령은 2개월 넘게 위촉하지 않고 있다. 최근 류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에 문제를 제기한 야권 추천 옥시찬 위원과 회의 안건을 기자들에게 알린 김유진 위원이 해촉되며 방심위 구성이 기형적으로 일그러졌다.
현재 방심위는 여권 위원 6명이 단독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구조다. 이에 따라 방심위가 정권의 입맛에 따라 방송을 심의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방통위법이 구현하려는 정치적 다양성과 균형성을 완전히 위반한 구성”이라며 “방심위가 독립된 합의 기구로서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채 운영되고 있다.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신속하고 편파적으로 심의하겠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방심위가 정치적 검열 기구가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해촉된 위원들은 해촉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홀로 남은 윤성옥 위원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긴급좌담회에서 “더 심각한 것은 선거방송심의원회에 야권 추천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점”이라며 “불공정한 심의는 불공정한 방송을 낳고, 불공정한 방송은 불공정한 선거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방심위 위원을 선택적으로 위촉했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형사 고발과 헌법 소원 제기를 검토하고 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