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서 수준 높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인정받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다수의 직장 내 괴롭힘 사례가 적발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23일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언론 등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제기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본사에 대해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상당수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피해를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직원 751명 중 417명(55.5%)이 직접 괴롭힘·성희롱을 당하거나, 동료가 당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571명은 사업장의 조치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적발 사례를 살펴보면 다수의 중간 관리자가 공개된 장소에서 지속·반복적인 폭언과 욕설을 했다. 한 관리자는 사원들에게 상습적으로 ‘새X’, ‘병X’, ‘개XX’, ‘빡대가리’, ‘넌 여기 어떻게 들어왔냐', ‘너흰 최악이다’ 등의 욕설과 막말을 퍼부었다. 또 다른 관리자는 정규직 채용이 절박한 인턴 사원들에게 “합격 여부는 내 손에 달려있다” 등의 협박성 발언과 상습적인 욕설, 폭언을 하기도 했다.
또한 한 남성 중간 관리자는 수시로 여직원들의 어깨, 팔, 목, 허벅지 등 신체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났다.
고용부는 연장근로 한도 위반 등 노동관계법 위반 사실도 확인했다. 216명이 연장근로 한도를 넘겨 장시간 근로를 했으며, 이 중 89명은 총 3000만원의 연장수당을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임신한 근로자에게 시간 외 근로를 시키기도 했다.
다만 고용부는 지난해 숨진 채 발견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대 직원과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을 증명할 만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1월16일 해당 직원이 사망한 사실이 알려진 후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청원이 고용부에 접수된 바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시정 지시와 함께 전반적인 조직문화 개선 계획을 제출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라며 “향후 이행 상황을 재점검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시정지시서는 받지 못한 상태이나 고용노동부의 시정 지시를 즉시 이행하고,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글로벌 지속가능성 조사기관인 에코바디스의 ESG 평가에서 상위 1% 기업에 해당하는 플래티넘 메달을 수상했다.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ESG 평가에서 A+ 등급을 받기도 했다. ESG 평가는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체제가 얼마나 바람직한지를 평가한다. 그 항목 중에는 근로자의 복지, 안전, 차별없는 조직문화도 포함된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