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대통령의 이야기를 알려준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한 번씩 봐야 한다.”
서로 다른 두 영화를 두고 비슷한 내용의 관람평이 쏟아졌다. 뜨거운 감자가 된 이들 작품은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각각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4·10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선전 열기가 극장가로 옮겨온 모양새다.
12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지난 설 연휴(9~12일) ‘건국전쟁’(감독 김덕영)을 관람한 관객은 총 23만6441명이었다. 누적 관객은 32만9948명까지 올랐다. 설 연휴가 포함된 6주 차 주말(9~11일) 좌석판매율은 37.6%로 개봉작 중 가장 높았다. 박스오피스 1위인 ‘웡카’(감독 폴 킹, 좌판율 21.8%)를 상회한다. 지난달 개봉한 ‘길위에 김대중’은 전날 기준 누적 관객 수 12만2768명을 기록했다. 두 작품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등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이례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작품은 50대가 전체 관람객 중 각각 46%씩 차지할 정도로 장년층에게 지지를 얻는 모습이다.
‘건국전쟁’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 전 대통령의 청년기와 개인 업적을 중심으로 건국사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독재자와 기회주의자로 통하던 이 전 대통령의 재평가를 꾀한다. 여권에선 앞 다퉈 ‘건국전쟁’을 관람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서울 여의도동 한 극장에서 ‘건국전쟁’을 보고 기자들과 만나 “그분(이 전 대통령)의 모든 게 미화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아니”라면서도 “굉장히 중요한 시대적 결단이 있었고, 그 결단에 대해 충분히 곱씹어 봐야 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김영식·박수원 의원과 김무성·나경원 전 의원 등이 영화를 관람하고 후기를 남겼다.
야권 인사들은 ‘길위에 김대중’(감독 민환기)을 내세우는 모습이다. ‘길위에 김대중’은 김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문재인 전 대통령 등이 영화를 관람했다. 개봉 전 열린 시사회에서 이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을 “대한민국 정치사에 정말 큰 거목”으로 칭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바꿔 오신 삶을 잘 조명했다”고 평했다.
정치권에서 불어오는 이 같은 열기가 실제 선전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치적인 의도가 과도하게 도드라질 경우 역풍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온라인상에서도 ‘건국전쟁’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가수 나얼은 자신의 SNS 계정에 ‘건국전쟁’ 관람을 인증하는 듯한 게시글을 올렸다가 반대여론에 부딪혀 댓글 기능을 제한했다. X(옛 트위터)에는 이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게시글을 인용해 4·19 혁명과 6·25 전쟁 당시 한강교 폭파 사건을 되짚는 글이 번갈아 올라오는 등 대립각이 서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쿠키뉴스에 “영화를 제 입맛에 맞춰 부각하기보다는 영화 메시지를 반영하는 정치 행보나 공약 등 실질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짚었다. 앞서 영화 ‘킹메이커’(감독 변성현)와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 역시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대중 반감에 부딪혀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김 평론가는 “정치적 잣대를 과도하게 들이대면 지지층만 공고히 하는 근시안적 선거 전략에만 머무를 것”이라고 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