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형병원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정부의 의료개혁 방침에 반발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업무 중단에 들어갔다. 정부는 의료공백에 대비해 공공병원·군병원을 중심으로 응급비상체계를 갖추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 본격적인 의사 집단행동에 따라 비상진료대책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브리핑을 통해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수술 예약이 취소되는 등 진료 차질이 현실화된 점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환자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비상진료대응체계 운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전공의 이탈로 인해 진료가 축소될 경우 진료 조정 사유와 향후 진료 일정 등에 대해 상세히 안내하도록 각 병원에 요청했다. 경증·비응급 환자는 대형병원에서 인근 종합병원 등으로 연계·전원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대형병원 응급실은 중증응급환자들이 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이송 지침을 적용하고, 응급상황에서 필요한 신속한 전원을 위해 광역응급상황실 4개소를 3월부터 조기 가동한다.
더불어 의료기관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이어간다. 정부가 실시간으로 의료기관 정보를 파악해 입력하면 환자들은 응급의료정보시스템(E-Gen), 보건복지콜센터(129), 119구급상황관리센터(119), 시군 보건소 홈페이지, 응급의료 포털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안내는 유선, 온라인, 긴급재난문자, 방송 자막 등을 병행한다.
20일부터 전국 12곳의 국군병원 응급실도 민간에 개방했다. △수도병원 △대전병원 △서울지구병원 △해양의료원 △포항병원 △항공우주의료원 △고양병원 △양주병원 △포천병원 △순천병원 △홍천병원 △강릉병원 등이 해당한다. 국방부는 국군병원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응급실 출입 절차를 간소화했다. 차량에 탑승한 상태에서 신분증을 확인해 군병원에 출입하도록 하고, 안내요원을 추가로 뒀다.
적십자병원, 서울의료원, 보라매병원 등 공공병원 97곳은 민간병원으로부터 환자를 받아 수술 등을 진행한다. 공공병원에는 부산의료원 등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지방의료원 35곳과 보훈병원 6곳, 인천병원 등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환자 등을 위해 운영하는 병원 9곳이 포함된다. 서울의 한 공공병원 관계자는 “아직 정부로부터 구체적인 지시를 받은 건 없지만 진료나 수술에 차질이 없도록 내부 테스크포스(TF)를 꾸려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향후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이 장기화되거나 심각한 사태가 빚어질 경우 정부는 군병원의 일반인 외래진료를 허용하고, 필요한 지역에 군의관을 파견할 방침이다.
또 공공병원 평일 진료 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2~3시간 늘리고 주말에도 진료가 이뤄지도록 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보건의료재난 위기 경보가 ‘심각’으로 조정되면 시립병원 8곳은 내과·외과 등 필수진료 과목을 중심으로 평일 진료시간을 오후 8시까지 확대한다. 서울의료원, 보라매병원, 동부병원, 서남병원 등 시립병원 4곳은 24시간 응급실 운영에 들어간다. 이와 함께 25개 자치구 보건소가 비상진료대책본부를 꾸리고, 평일 오후 8시까지 진료시간을 연장한다. 개원의들까지 집단행동에 동참할 경우 보건소도 주말 진료를 시행할 예정이다.
정통령 중앙비상진료대책상황실장은 “지역마다 전공의 이탈 규모가 다르고, 상급종합병원의 기능 상실 정도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각 시도가 중심이 돼 비상진료대책을 수립했으며, 지역별 현황에 따라 진료 연장 시점을 정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 보상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입원환자 비상진료 정책지원금을 신설해 전문의에 대한 추가 보상을 실시한다. 이밖에도 권역외상센터 인력·시설·장비를 응급실 비상진료에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입원 전담 전문의의 업무 범위를 확대해 당초 허용된 병동이 아닌 다른 병동 입원환자까지 진료할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인턴이 필수진료과 수련 중 응급실·중환자실에 투입되더라도 이를 필수진료 수련으로 인정하는 등 수련 이수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한편, 복지부에 따르면 20일 오후 10시 기준 전체 전공의 1만3000명 중 8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7813명이다. 국민 피해도 잇따랐다. 진료예약 취소, 무기한 수술 연기 등 총 58건의 피해상담 사례가 발생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